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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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평석] 배우자와 자녀가 공동상속인인데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할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상속인이 되는지 여부(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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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상판결 :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

    [사안]

    1. 망 김부인은 2010. 8. 6. 사망. 유족으로 배우자인 홍대감, 자녀인 홍길동,홍길서가 있었다.
    2. 홍길동과 홍길서는 2010. 9. 27. 상속포기신고를 하였다.
    3. 홍길동에게는 자녀로 피고 홍손일, 피고 홍손이, 홍길서에게는 자녀로 피고 박손삼이 있다.
    4. 원고가 피상속인의 채권자로서 김부인과 홍손일, 홍손이, 박손삼을 상대로 하여 그 채권인 대여금을 청구한 것이 이 사건 청구이다. 대상판결 선고일 현재까지도 망인의 손자녀들은 모두 미성년자들이다.
    5. 1,2심에서는 모두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여 소정의 금액의 지급청구를 인용하였다. 김부인은 1심 결과에 대해 항소하지 아니하여, 2심과 3심에서는 손자녀들 3인만 피고로 남아 있었다.

    *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박손삼은 외손자녀임이 명확하나, 홍손일, 홍손이는 명확하지 않다. 외손자녀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이 사건에서는 법리상으로는 의미가 없다.

    [판시내용]
    1. 상속포기로 그 효과는 소급되므로, 피고들은 공동상속인이 된다.
    2. 다만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바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기 어렵다고 보아야 하고,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것은 상속의 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0조, 배우자의 상속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3조, 상속포기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42조 등의 규정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비로소 도출되는 것이지 이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자신들의 자녀인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오히려 이례에 속한다.
    3. 따라서 망인의 손자녀들에게는 상속포기기간이 아직 도과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것이나, 이를 이유로 향후 상속포기를 한 다음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함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이유로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
    4. 이상의 이유로 피고측의 상고를 기각.

     

    [평석]

    1. 상속이 개시되었으나 상속재산이 채무초과인 것으로 의심이 되는 경우, 1순위 상속인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 차순위 상속인들도 모두 상속을 포기하여야 하고, 이어 차차순위 상속인들…로 이어서 순차적으로 상속을 포기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번잡함을 피하기 위하여 1순위 상속인 중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은 상속을 포기하고, 나머지 한 명은 통상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실무적인 기법이었다.
    누가 한정승인을 할 것인가에 대해 장남이거나 피상속인의 주요 지위를 물려받은 상속인이 하는 경우가 보통이고, 다른 형제들이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부득이 국내에 남아 있는 형제가 하는 것이 통상이었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배우자만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와 같은 의도로 처리한 것으로 이해된다.
    위와 같은 경우, 연로한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그러한 점에서 위 사안은 약간 이례적인 경우이다.
    한편, 배우자도 나이가 그리 많지 않고, 자녀들이 어린 경우에는 어차피 자녀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재산을 물려받더라도 법정대리인인 배우자가 관리하겠으나, 미성년자가 채무자가 되는 모습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하여간,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이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하고 배우자가 상속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로 인하여 배우자가 단독상속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왔기 때문인데, 이 점은 법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대상판결은 그 점을 명확하게 지적하였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2. 대상판결이 적용한 법리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 점은 실질적으로 위 판시내용에 드러나있듯이 배우자에 대해서는 민법 제1003조라는 특별한 조문이 있기 때문에 비롯되는 일이다.
    즉, 배우자의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는 통상 자녀가 있을 때는 그들과 자녀가 없고 시부모가 있을 때는 그 시부모와 동순위로 인식하는데, 정확히는 ‘자녀들’ 또는 ‘시부모’와 동순위가 아니라,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과 동순위이다(민법 제1003조 제1항). 즉,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과 동순위인 것이다.
    손자녀가 있음에도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배우자가 단독상속할 것이라는 생각은, 자녀들이 있는 경우 일단 배우자와 그 자녀들로 상속인이 고정되고 그 다음 단계로 공동상속인의 나머지 사람들인 그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 홀로 남은 배우자가 단독상속한다고 이해하는 것(상속개시시 1순위 상속인이 고정된다고 본다는 점에서 이하 편의상 ‘고정설’이라 부르기로 한다.)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러한 구성도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렇다고 본 종래의 논리도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 생각되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본인의 판단으로는 대상판결의 논리가 상속법리에 더 부합된다고 보므로, 반대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의 논리는 상속개시시 1순위 상속인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상속포기라는 사정에 의하여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고정설’이라 부를만 하다.

    3. 대상판결과 같은 견해를 취할 경우 문제점이 있는가 하는 점을 검토해본다. 대상판결을 외면상으로만 보면 가장 큰 문제점은 상속인이 너무 늘어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적극재산인 상속재산이라면 상속인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일 수 없을 것이고, 문제는 소극재산인 상속재산, 즉, 상속채무인데, 대상판결의 결론만 보면 어린이들에게 뜻밖의 채무를 안겨주는 것이 되어 매우 부당한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나, 이는 이 사건의 사안에서 그렇게 된 것일 뿐, 충분히 미리 피할 수 있는 일이다. 즉,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배우자가 아닌 자녀 중 한 명이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손자녀들이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고정설과 같이 생각하였기 때문에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였을 것이다.
    손자녀들 말고, 자녀들도 어려서 어린 자녀들이 채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배우자가 남는 경우에도 아무런 문제도 없다. 즉, 자녀가 어리다면, 그 자녀들에게 자녀가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고정설을 취하더라도 종래 고정설을 취하였던 탓에 남은 문제점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리 큰 문제가 될 여지는 없어보인다.

    4. 실은 대법원도 사회에 널리 고정설을 취하는 경향이 있는 점을 알았던 듯하다. 위 판시사항 2항은 이 사건과는 논리적으로는 무관한 것으로, 1,2심 판결에서는 다루지 않은 이야기인데, 대법원에서는 대상판결의 선고로 인하여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을 매우 우려하였는지 친절하게 피고들이 피해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 사건 자체는 위 대상판결의 선고에 의하여 확정된 것이고, 아마도 피고들은 즉시 상속을 포기할 것이며, 배우자가 유일한 상속인으로 확정되게 될 것이다. 피고들은 상속포기 후 법적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하여 다시 즉시 대상판결이 지도한 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것이며, 그 소송에서 원고가 다투기는 어렵다.
    오히려 원고에게는 더 번거로운 일이 남게 되었다. 즉, 대상판결의 확정으로 일단 피고들에게도 채무가 있는 것으로 된 나머지, 배우자에게는 일부 채무만 인정한 1심 판결이 확정된 상태이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나머지 부분, 즉, 대상판결로 확정된 피고들의 채무 부분에 대해, 향후 피고들이 상속을 포기한 다음, 그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무언가를 얻어두려면 배우자를 상대로 다시 소를 제기하여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5. 이상 본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비고정설을 명확히 취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고정설로 논리적으로는 취할 수 있는 것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고정설에 비해 간명하다는 면에서 더 우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어느 쪽이 확실히 더 우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현재의 민법구조와 상속포기의 소급효라는 점을 모두어보면 대상판결이 비고정설을 취하였다고 하여 잘못이라 하기 어렵다.
    따라서 법리상 대상판결에 찬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며, 향후 상속개시 후 처리방향에 대해 명확한 교시를 주었다는 점에서 실무적 의의가 매우 큰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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