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구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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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인 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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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법조인으로서 지인에게 ‘전화상담 사기’를 당하였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지인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자마자 주택임대차에 대하여 이것저것 소나기처럼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처한 제반 사정을 다 알려주고 묻는 게 아니고, 중간중간 물어보면서 필자가 그에 대한 답을 주면, 자신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듯이 ‘그게 아니고’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조건을 하나씩 더 알려주는 식으로 짜증나는 전화 상담을 하게 만들었다. 10여분의 상담이 끝났다. 그리고 그 지인은 ‘알았어요’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의례적으로라도 ‘다음에 소주 한잔 하자’는 말도 없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도 정말 이렇게까지 기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전화를 끊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법조인은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줘야하는 국민의 호구인가?’ 많은 법조단체들이 무료변론, 무료상담을 해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을 무료로 해주면 법조인들은 더 이상 유료로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왜 법조인은 무료로 상담해줘야 하는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봉사 차원인 경우는 이해가 가지만 그 밖의 경우에는 참으로 의문이다.

    이런 생각을 말하였더니 선배 교수 한분이 재미있는 일화를 전해주었다. 어느 날 음식점에 앉아 있는 피카소에게 한 여자가 다가와 자기 손수건에다 그림 하나를 그려달라고 청하면서 그 대가는 피카소가 원하는 대로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피카소는 그림을 다 완성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만 달러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 그림을 그리는 데 30초밖에 안 걸렸는걸요.” 그 여자가 너무 비싸다고 깜짝 놀라자, 피카소는 이렇게 대꾸했다. “천만에요. 내가 이렇게 그리기까지는 40년이 걸렸다오.”

    우리 법조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카센터 기술자와 같이 부서진 자동차를 새 것처럼 고쳐주는 유형적인 것이 아니다. 의사처럼 청진기로 여기 저기 소리도 들어보고, 주사도 놔줄 수 없다. 많은 경우 그냥 말로만 하는 서비스이다. 국민들 중에는 무료로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법조인들은 그 ‘간단한 답변’을 주기위해 길게는 10년 넘게 수도승처럼 고시원 생활을 해야 했고, 사법연수원에서 점심시간도 없이 김밥을 먹으며 기록과 씨름하는 8시간의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사무실 구석에 간이침대를 갖다놓고 밤을 새며 실무경험을 쌓았다. 법조인들 스스로 그 지식의 가치를 내세워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 이 글은 2015년 5월 28일자 법률신문 15면 <법조프리즘>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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