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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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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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대를 나와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였다. 학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변호사가 된 후에도 로스쿨에 개설된 박사과정(S.J.D.)을 마쳤다. 가방끈이 길다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존하는 법조인 양성을 위한 모든 교육기관과 과정을 직접 경험하였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사시존치에 총력을 쏟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의 활동은 심히 우려스럽다.

    현재 변호사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 과제는 사시의 존치나 폐지가 아니라, 변호사들의 생존권보장을 위하여 배출숫자를 적정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감축할 방법도 마련하지 않고 사시를 그대로 존치한다면 그 합격자 수만큼의 법조인이 추가 배출되는 것인데, 이는 결국 배출숫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변호사회 집행부는 출범 4개월이 되도록 막연히 변호사시험 합격자수를 줄이겠다는 것 이외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하여는 속 시원한 설명 한 번 없이 오로지 사시존치만을 주장하면서 변호사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지금처럼 변호사를 배출하는 통로를 사법연수원과 로스쿨로 이원화하는 경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출발부터 차별을 받게 되고 이는 결국 변호사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형로펌과 달리 매년 1~2명 정도의 신입변호사를 선발하는 중소로펌이나 개인변호사사무실에서는 당장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취업뿐만 아니라 급여에서도 차별을 불러온다. 우리가 신호등 앞에서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신호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우리 사회의 약속대로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언젠가는 자신들이 우리 법조계를 이끌어 갈 주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각고의 노력과 비용을 들이면서 로스쿨을 다닌 것이다. 변호사회가 앞장서서 폐지를 목전에 둔 사시를 다시 존치하자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을 출신부터 차별받아야하는 2류 변호사로 전락시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변호사회를 나누자는 목소리를 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 유사직역의 변호사 업무영역 침해에 대응하고 변호사 숫자 감축을 위하여 힘을 합쳐도 모자란 마당에 변호사 사회는 적전 분열되고 말 것이다.

    사시를 존치해야 우리 사회에 희망의 사다리가 있게 된다는 논리도 로스쿨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우리 사회의 최빈곤 계층이지만 장학제도 때문에 로스쿨을 나와서 법조인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변호사를 알고 있다. 희망의 사다리는 장학제도 확충을 통하여 로스쿨에도 놓을 수 있는 것이다. 한쪽의 희망의 사다리 때문에 다른 쪽의 희망의 사다리를 부러뜨려서는 안 된다. 변호사 사회의 분열이 결코 변호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분열했다가 다시 통합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회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조금만 멀리 보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왜 보지 못하고 변협 집행부가 앞장서서 같은 변호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역사의 교훈대로 이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15년 5월 28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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