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권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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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변호사님한테서 들은 얘기다. 어느 지원에 재판을 갔는데 재판부가 진행할 때 대리인 이름을 묻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자기 차례가 되어 (역시 호명하지 않고) 변론을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재판장이 ‘아, 원고 대리인 누구시죠?’ 묻더라는 것이다. 그 변호사님 빼고는 그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변호사님들이라 재판부도 다 아는 눈치였다는 것.

    필자가 나갔던 첫 재판이 뭐였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변호사석에 앉으려 할 때, 먼저 와 계시던 나이 지긋한 변호사님께서 살짝 목례를 해주시던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혹시 상대방 대리인인가 살펴봤으나 아니었다. 신출내기한테도 동료라고 예를 표해주셨을 것이었다. 존함이라도 여쭤봤어야 하는데 그땐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 경험 때문에 필자도 가급적 옆에 앉는 변호사님들께 먼저 목례를 건네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필자의 목례에 생경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있다. 물론 필자가 변호인석보다는 피고인석이 더 어울리게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탓이겠으나, 다들 치열하게 살다 보니 동료에게 눈짓 한번 보낼 여유도 메말라가는 것은 아닌지.

    법정에 들락거릴 때 법대를 향해서 머리를 숙이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의뢰인이 동행한 경우에는 허리를 더 많이 굽힌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이라면 법정을 나올 때 재판부가 안 보는 틈을 타 인사 없이 나오는 소심한 복수를 하기도 하나, 어쨌든 재판부에는 가능한 한 예의를 갖춘다. 그런데 왜 동료 변호사들끼리는 그런 예의를 갖추려는 노력이 잘 보이지 않을까.

    인사뿐이랴.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서면도 심심찮게 본다. 예의를 떠나, 정말 하수(下手)나 하는 일이다. 원색적인 비난을 받은 상대방 대리인이 그 후 사건을 어떻게 대할까. 어떻게든 이기고 명예를 회복하려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겠는가.

    법조인 숫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으니, 법정에 가도 아는 변호사보다 모르는 변호사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폭증하는 숫자에 반비례하여 변호사의 명예는 계속 떨어지는 듯 하다. 그러나 어쨌든 다 같은 동료 아닌가. 서로가 동료에 대한 품위와 명예를 지켜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외부에 존중을 요구할 수 있을까. (사실이긴 하지만) ‘법률지식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상대방 서면을 받고 한 줄 쓴다. 이 사건 아주 열심히 해야겠다.

     

    ◇ 이 글은 2015년 5월 21일자 법률신문 15면 <법조프리즘>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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