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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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王)이 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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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총리는 행정에 관여하여 행정각부를 통할하지만 대통령의 명을 받는 대통령의 직무대리이자 보좌기관일 뿐이다. 그래서 대독총리라고 부르기도 하고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 칭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지만 책임질 일이 있을 때에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방패막이가 된다. 그래서 방탄총리라는 말도 생겨났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권한은 막강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제왕적 위상을 누리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오히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다. 왕실장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 안에는 십상시와 문고리 권력도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권부가 되다보니 생긴 현상이다.

    헌법상으로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국회의장·대법원장과 함께 수평적 지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행정부의 권위가 막강해 입법부와 사법부를 압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든 박근혜 정부든 정부에는 행정부만이 아니라 서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입법부와 사법부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행정부의 수반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정의 중심이 오로지 청와대에 있으니 그렇다. 국회도 국민의 뜻에 따라 구성되고 대통령도 국민이 선출했지만 의회민주주의는 간데없고 대통령만 법적·제도적·관행적으로 승자독식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권이 분립이 되어 있다고 하지만 대법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장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는 자리다. 그야말로 대통령은 모든 국정을 총괄하며 인사권으로 만인의 목줄을 쥐고 만백성을 다스리는 왕권시대의 왕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권력이 없다. 현역 여당의원을 특보로 청와대 안으로 불러들이고 장관으로 임명해도 당신이 부르면 좋아라 달려간다. 당·정·청이 한 몸이 되어 견제와 균형은 간데없다. 집권 여당의 대표도 청와대 눈치를 살핀다. 행정부의 비대한 권한은 그 자체 내의 통제메카니즘에 의해서 교정되고 국회와 사법에 의해 감시되고 견제되는 것이 민주적인 권력배분의 원리다. 사법 권력과 유사한 검찰도 있고, 조금은 독립적이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도 있고 감사원도 있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이들의 감시와 통제는 더디고 무뎌진 지 오래다. 자리에서 물러나 힘이 빠지면 그때서야 작동한다. 대통령이 모든 권력에 우위에 서 있으니 감히 견제구를 날려볼 생각조치 하지 못한다. 또 다른 권력인 언론이 있지만 자신의 역할을 잊은 채 권력에 편입되거나 또 다른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 비판과 감시와 통제의 기능을 담당해야 할 기구와 제도가 멈춰서고 어느 누구도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이 나서본다. 그러나 그것도 한낱 이상일 뿐이다. 민주주의가 무너진 세상에서 국민은 두렵지 않은 존재다. 차벽으로 막으면 그만이다. 캡사이신 물대포로 눈 뜨지 못하게 하면 상황 끝이다. 그러면서 점점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침식되어 가고 있다. 박제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은 도서관 구석에 처박혀 잠들어 있다.

     

     

    ◊ 이 글은 2015년 5월 7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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