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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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혼해제사유의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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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사유, 혼인취소사유 등에 대해 검토하다가 다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느껴져 이를 적어본다. 위 두 사유와 약혼해제사유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궤를 같이 하여야 할 사유들이다.

    본인이 이미 간략한 평석을 한 바 있는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므4734, 4741 판결(http://blog.naver.com/lcwcos/220315080914)은 판결문중 대법원 1960. 8. 18. 선고 4292민상995 판결과 대법원 1995. 12. 8. 선고 94므1676,1683 판결을 참조판결로 들고 있다. 이 중 4292민상995판결의 요지는 ‘임신불능은 혼인예약의 해제사유가 아니다’라는 것으로, 위 판결의 참조판결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94므1676,1683판결인데, 이 판결은 “약혼은 혼인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예약이므로 당사자 일방은 자신의 학력, 경력 및 직업과 같은 혼인의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할 신의성실의 원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학력과 직장에서의 직종,직급을 속인 사안(방송통신고가 아닌 일반고 출신이라고 속이고, 기능직8등급 공무원이었음에도 일반행정직 7급 공무원이라고 속임)에서 정당한 약혼해제사유로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한 원심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위 2014므4734,4741판결은 임신불능이 혼인취소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주내용인데, 아무래도 이 94므1676,1683판결의 인용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한편, 약혼해제사유에 관하여 돌아가보면, 위 4292민상995 판결문이 워낙 간략해서 약혼 전에 그 사실을 숨긴 것인지, 숨겼다면 적극적으로 숨긴 것인지 소극적으로 숨긴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런데 위 2014므4734,4741판결과 같이 임신불능이 혼인취소사유가 아니라면 고지하여야 할 의무도 없는 것으로 봄이 논리적이지 않을까 생각되며, 그렇다면 역시 원칙적으로는 약혼해제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원칙적이라고 하는 것은, 적극적인 고의를 갖고 속인 경우에는 달리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스스로도 임신불능인지 몰랐다면 당연히 해제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여간 임신불능이라는 점과 학력과 직업을 속인 것 사이의 경중(輕重)은 어떻게 될까? 사람마다 차이가 많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 생각되지만, 사견으로는 적어도 임신불능이 더 가벼운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약혼해제사유에 관한 위 두 판결은 35년이라는 차이를 두고 선고된 것인데, 이와 같이 한 세대의 차이가 나는 시대변화를 무시하고 지금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어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즉, 앞의 판결은 다분히 당시의 여성들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고려가 많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고, 지금은 그때와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한편, 원래 혼인과정이란 모든 면에서 냉철한 판단하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한 것들 모두에 대해 사후에 약혼해제사유나 취소사유 또는 이혼사유가 된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적극적으로 속인 것이냐, 그렇지 않고 고지하지 않은 것이냐 하는 점은 해제사유를 판단하는데 상당한 고려사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94므1676,1683판결의 사안은 적극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알린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속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관련 질문에 대답을 흐리는 정도로 대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경우 모두가 속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래 관련사유의 고지의무란 약혼을 결정할 때까지의 상황만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나, 꼭 그렇게 논리적으로 철저를 기하여 판단하기는 어렵고, 실제로는 그 이후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었는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판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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