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구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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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수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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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로 일할 당시 가끔 윤리적 상황에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공무원은 아니었던 관계로 누가 선물을 가져다주면서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은 없었다. 그러나 재산숨기기, 채권 부풀리기, 채무 부풀리기 등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과 관련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어떻게 어디까지 설명해주고 도와줘야 하는지 고민하곤 했다.

    책임재산에 대하여 집행을 피하기 위한 허위양도, 이혼시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한 허위양도, 집행을 피하기 위한 허위이혼, 부동산이나 계좌의 명의신탁, 다운계약서 작성 등 필자가 먼저 이야기 하지 않았음에도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들었는지 구체적 계획까지 꼼꼼하게 세워놓고 있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실행에 따른 위험을 점검하기 위해서인지 변호사인 필자에게 좋은 방법이라는 확답을 듣고 싶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불법적인 방법이므로 나는 모른다’고 홱 돌아서기도 매정하여 이것저것 대답해주다 보면 마지막에는 꼭 이렇게 물어오곤 했다. “변호사님,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 없겠죠?” 또는 이렇게 물어올 때도 있었다. “조금 불법적이나 조금 효과적인 첫 번째 방법과 많이 불법적이나 훨씬 효과적인 두 번째 방법 중에 어떤 것을 택할까요?” 이렇게 물어올 때는 정말 대답하기 난감했다.

    의뢰인 내지 잠재적 의뢰인에게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고 싶어 시간을 할애했으나 결국 마지막에는 ‘그것은 문제있는 방법이고, 그에 따라 더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런 불법에 따른 위험은 회피할 수 없다’는 취지로, 최초 내 마음속에 있던 대답으로 회귀하여 말해주곤 하였다. 그리고 언제나 내 대답을 들은 의뢰인은 크게 실망하였다. 딱 한번 불법적이므로 하지 말라는 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 경우가 있었다. 아들이 최고 명문 법대에 입학한 분이 아들에게 입학선물로 고가 아파트를 사주려는 상황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려 하기에, ‘아들이 나중에 대법관이 되는데 문제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했더니 전적으로 공감하며 순순히 내 조언에 따른 경우가 실망하지 않은 유일한 예외였다.

    꼼수를 몰라 정직한 선비처럼 사는 것보다 꼼수를 알면서도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직업상 어쩔 수 없이 탈법적인 방법을 많이 알고, 그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고 있는 법조인들의 윤리의식이 정말 우리나라의 법치주의 실현정도의 방향키가 되리라는 생각에 예비법조인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도 갖게 된다.

     

    ◇ 이 글은 2015년 4월 23일자 법률신문 15면 <법조프리즘>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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