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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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평석) 사실혼 및 직업에 대해 속인 경우와 혼인취소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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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상판결 : 서울가정법원 2014. 7. 9. 선고 2013드단83889 판결(확정)

    [사안]

    피고는 원고와 혼인시까지 제3자와 사실혼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원고에게 애견샵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였으나 실제로는 남자 유흥접객원을 유흥업소에 공급하는 속칭 보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원고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결혼하였다.

     

    [판시내용]

    1. 사실혼 전력과 직업은 혼인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원고가 이를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민법 제816조 제3호 소정의 혼인취소사유인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된다.
    2. 따라서 이 사건 혼인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

     

    [평석]

    1. 속아서 결혼하였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혼인취소사유로서의 사기에 해당되는가가 문제이다. 혼인을 함에 있어 쌍방 모두 완벽하게 사실대로 말하는 경우보다는 어느 정도 과장하거나 소극적으로 일정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언가 속인 사실이 있다고 하여 항상 취소사유에 해당된다고 하기는 어렵고, 그 정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2. 이 점을 잘 보여주는 하급심판결이 서울가정법원 2006. 8. 31. 선고 2005드합2103 판결인데, 이 판결은,

     

    “사기로 인한 혼인이란 혼인의 당사자 또는 제3자가 위법한 수단으로 혼인의 상대방 또는 양당사자를 기망하여 착오에 빠진 혼인의 상대방 또는 양당사자가 혼인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한 혼인을 말하고, 혼인의 성립에 있어서는 혼인의 성립을 희망한 나머지 사실을 과장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거짓약속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사기를 이유로 혼인을 취소하려면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이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인바, 통상 재산관계나 경제적 능력, 집안내력, 직업 등에 대한 기망은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혼인 후 허위가 발견되었더라도 그러한 혼인은 이혼에 의하여 해소됨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으나, 그러한 기망이 적극적인 허위사실의 고지 등 위법한 수단에 의한 것이고 일반인도 그와 같은 기망에 의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혼인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혼인의 취소가 허용된다.”

     

    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판시는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데, 즉, 기망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기망의 형태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개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묻지 않았고 그에 대해 그 상대방에게 착오가 발생한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 잡지 않았다 하여 위 기망에 해당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망한 자에게 적극적 기망의사가 있어야 비로소 취소사유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망사유의 절대적 정도에 의하여 위 기망에의 해당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기망형태와 한꺼번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따라서 만일 기망내용이 지나친 것이라면 기망형태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고 보는 것이 옳다. 통상 혼인경력이나 출산경력이 이러한 것에 해당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직업을 속이고 여러 차례의 혼인과 출산사실을 말하지 않고 혼인한 사안에 대해 취소를 명한 서울가정법원 2006. 8. 31. 선고 2005드합2103 판결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4. 그러나 남녀관계, 혼인제도, 가정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해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위와 같은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위 2005가합2103 판결의 사안과 같은 정도라면 취소사유가 됨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우나, 만일 혼인 직전까지 제3자와 동거한 정도였다면 어떨까? 혼인하기 직전까지 방황하는 사람도 많은데, 혼인을 결정하였다면 그 혼인 전 남녀관계에 대해 모두 사실대로 고백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가?

    직업의 경우도 그러하다. 위 판결은 거의 추상적인 표현만 기술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극히 간단하다. 그래서 좀 더 나아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여간, 남자 유흥접객원의 공급이라는 직종에 대한 상당한 부정적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어떤 직종이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냐 하는 점은, 명백한 피해자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5. 한편으로는, 일정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기준도 매우 모호하다. 여기서의 판단기준은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인 것인가, 아니면 해당사건의 원고를 중심으로 한 주관적인 기준인가? 본인은 후자에 속한다고 본다. 따라서 혼인 이후의 상황을 상당히 중요하게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 원고측은 혼인취소의 소를 제기함에 있어 당연히 ‘속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할 것이므로, 그 주장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애정의 문제는 본시 제3자로서는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해당 사안에서 당사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였느냐가 중요하지, 사회통념의 기준이라 하여 무조건 적용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6.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사기를 이유로 한 혼인취소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간략한 기준에 따라 기계적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속았다고 주장하는 쪽이 그 주장과 모순되는 행태를 보인 바는 없는지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실무적 견지에서는, 원래 사기에 관해서는 원고가 주장,입증하여야 할 것이나, 원고는 일정한 정도의 기망사실을 주장,입증하고, 이에 대해 기망의 점과 모순되는 반증을 피고측에서 주장,입증하는 형태로 심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7.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의 취지는 수긍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나,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판시내용이 부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이 제시한 사안과 유사하다고 하여 무조건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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