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홍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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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과 토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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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을 포럼(forum)이라고도 한다. 포럼은 집회 또는 토론이 열리는 공개된 장소를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정을 포럼이라고 하는 표현은 매우 시사적(示唆的)이다. 물론 우리의 법정을 생각하면 이런 의미의 포럼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말로 하는 재판문화가 정착하기 위하여 포럼으로서의 법정문화가 실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로 하는 재판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은 말을 듣기 위함이요, 말을 듣는 것은 대화와 토론을 하기 위한 것이다. 마음을 열고(open mind)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는 말로 하는 재판은 생색용 구술심리주의에 불과하다. 좋은 법정(good court)은 좋은 토론(good debate)이 이루어지는 법정을 말한다. 법정과 토론이 친하게 느껴지지 아니하는 것은 법정의 권위를 강조하는 법정문화에 기인한다. 성숙하고 품위 있는 재판은 법관과 소송관계인의 품격 있는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짐으로써 비로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법정문화는 토론문화의 연장선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법정에서 법관도 당사자와 마찬가지로 토론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포럼으로서의 법정문화는 재판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바람직한 매너와 시민의식에서 비롯된다. 토론의 문화는 경청과 소통의 문화이다. 품격 있고 세련된 법정을 지향하기 위한 전제로서 법정예의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여야 한다. 단순히 법정의 존엄과 질서유지의 차원에서 법원이 소송관계인에게 요구하는 지침적인 것이 아니라, 법관 자신도 이를 지킬 것이 요구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행동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미국 델라웨어주 법관업무수행원칙(Principles of Professionalism for Delaware Judges)은 제1원칙으로 “법관은 소송관계인에게 예의를 갖추어야 하며(courteous), 존경으로 임하여야 하며(respectful), 정중하게 대하여야 한다(civil)”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대부분 주의 법정예의기준(code of civility, standards for courtesy and decorum)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거나 이와 더불어 법관에게 인내심을 발휘할 것(patient)을 추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법관윤리강령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것이 있기는 하나(제4조 제3항) 다른 내용에 묻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차제에 법관 및 소송관계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정예의지침을 만들어 보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바람직한 법정문화를 위한 염원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 법원과 소송관계인 모두가 늘 성찰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면서 좀 더 나은 재판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이 글은 2015년 4월 16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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