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구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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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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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어떤 법조인으로부터 “법조인이 법조인들만 만나면 발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정 부분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직역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겠지만, 다른 직역의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이에 반해 법조인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많아 마음이 편해진다.

    최근 법조선배들과 편하게 저녁을 먹으며 대화하다가 ‘자’ 이야기가 나왔다. 법조인들이 고시 공부할 때 사용하던 그 잘 휘어지고, 줄치는 것에 최적화된, 길이를 측정하는 센티미터 표시는 원래부터 되어 있지도 않은 그 ‘고시생 자’ 말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대부분의 선배들이 그 자를 그대로 갖고 있다고 하였다. 어떤 분들은 여전히 그 자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고시공부를 해본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필자도 여전히 그 자를 이용해 줄을 치며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사용하는 자 중에는 10년 이상 사용한 것도 있다. 너무 오래 사용한 탓인지 많이 더러워지고 모서리 부분은 부러지기도 하여 새 것을 사고 싶었으나, 근처 문구점이나 인터넷쇼핑을 통해서는 구입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학회참석을 위해 서울 소재 대학에 갔다가 잠시 구내서점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고시공부용 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너무 반가워 대량으로 사려 했다. 그러나 서점주인은 팔지는 않고 책을 사면 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자를 더 받으려고 계획에 없던 책을 더 샀다.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책에 줄을 치는 데 참으로 효과적이다. 고시공부하면서 들인 습관 중에 책을 읽을 때 깨끗이 줄치며 읽는 것은 정말 효과적인 공부방법이다. 고시공부하던 경험이 단순히 법률지식을 얻는데 필요했던 것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도 알게 해주었다.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교육방법에 대하여 고민하던 중 ‘현대 명문가의 자녀교육’이란 책을 구해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면 최근 더욱 유명해진 경제학자 ‘장하준’을 배출한 ‘장재식’ 가문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밑줄 치며 평생 공부하라’는 것을 가문의 유훈처럼 전해준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고시생 자’를 이용하여 깨끗이 밑줄 치며 공부하는 나의 습관이 단순히 고시생의 습관을 벗지 못한 때문이 아니고, 명문가에서 태어나지는 못했을지라도 공부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좋은 습관이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어렵게 구한 소중한 자를 여기저기에 놓아두고, 오늘도 줄을 치며 공부하고 있다.

     

    ◇이 글은 2015년 4월 9일자 법률신문 15면 <법조프리즘>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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