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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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둬야 할 건 바로 보호수용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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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방이야, 학교 기숙사야?” 간이주방시설과 욕실을 갖춰 건설 중인 독일 어느 주 보안감호시설에 대한 독일 언론의 반응이다. 이 시설은 ‘구금’시설이 아니라 ‘기숙’시설이라 불리고 있다. 높은 콘크리트 담장만 없으면 여느 아파트와 다를 바 없다. 독일은 2011년 연방헌법재판소가 “보안감호의 수용이 교도소 형집행과 분명한 차이가 없어 수용자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형집행과의 명백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중이다. 보안감호시설의 수용자에게 개별적이고 보다 강한 정신심리치료와 사회적 처우를 제공하고 있다. 보안감호제도의 목적이 사회보호와 피수용자의 재사회화에 있으므로 사회와의 장기간 격리로부터 초래될 수 있는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특혜를 주고 있다. 예컨대 사복이나 개인침구 등 개인적인 요구를 받아주고 있고, 출소를 대비해 최장 1개월간의 특별휴가도 허용한다. 현재 500여명이 수용되어 있는데 형집행과 보안감호 수용기간이 평균 약 15년 정도라고 한다.

    폐지된 보호감호가 보호수용이라는 이름으로 10년 만에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3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보호수용법안의 제정 배경 중에 눈에 띄는 것이 ‘독일 같은 유럽 선진국에도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형집행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하여 교도소가 아닌 별도의 수용시설에서 접견과 전화통화, 최대 48시간의 연간 두 차례 휴가, 최저임금 이상 월급, 외부통근작업 등의 처우를 하겠는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가 설계한 보호수용은 독일의 보안감호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독일의 보안감호는 자유박탈적 구금이 아니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사회복귀로의 치료와 처우에 방점이 있다. 독일은 자유형의 상한이 15년이고 누범과 상습범에 대한 형벌가중규정도 없다. 짧은 자유형 기간 동안 재사회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재범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방위를 위한 추가적인 수용이 최후수단으로서 인정된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상한 30년 가중 50년의 징역은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장기형이다. 자유형은 더 이상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이 아니라 보안적 성격과 예방적 성격을 담은 형사제재수단으로 변질되었다. 형벌과 보안처분이 혼합된 보안형벌이 된 것이다. 사회 친화적 처우와 수용자 인권보장, 성공적인 사회복귀라는 보호수용법안의 입법취지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의 목적 그대로다. 그 기나긴 자유형의 집행기간 동안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 도모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범의 위험성이 남아 있으니 보호수용으로 더 오래 가두어 두고 싶은 것이다. 국가 스스로 현재의 행형과 형사정책이 잘못돼 있고 교정임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자백하는 꼴이다. 보호수용시설에서 하겠다는 치료와 처우는 원래 교도소에서 하고 있거나 해야 할 재사회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형벌과 명확하고도 확실한 차별화가 없는 보호수용은 감옥에 가두어야 할 제도일 뿐이다.

     

    ◊ 이 글은 2015년 4월 6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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