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채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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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펀드의 자기 앞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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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5대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가 지난 2월 3일 기업대출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출 전문업체인 미드캡 파이낸셜(MidCap Financial)과 합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폴로는 벌써 미드캡 측과 담당팀까지 구성하고, 벌써 신규 및 기존 투자자로부터 12억 달러(대략 1조 3,000억 원) 수준의 펀딩까지 마쳤다고 하니, 과연 세계 5대 사모펀드 운용사답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해외 사모펀드계에서는 대출사업 확장이 떠오르는 화두입니다. 또 다른 세계 5대 사모펀드 운용사로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블랙스톤(Black Stone)과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역시 이미 기업대출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사모펀드가 기업대출사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당국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위험대출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젤 Ⅲ(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12월부터 적용되고 있습니다)로 대표되는 은행권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인하여 은행권의 공격적인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기업대출사업을 확장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8년부터 은행권의 모럴해저드와 부실이 세계경제에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아온 이상, 은행권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비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강화로 인해 더 이상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될 기업들(특히 한계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에게 또 다른 숨통은 틔워 주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기업에 대한 대출에는 상당한 위험이 수반될 것이므로, 이러한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에 대해서만 위험대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에 따른 위험을 스스로 충분히 평가하고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는 사모펀드가 기업대출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 징조일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금융시장에서도 다양성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도 사모펀드가 이러한 기업대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사모펀드를 일반 사모펀드, 전문사모펀드(헤지펀드),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 구분하고 있는데, 어느 쪽이나 자금대여 방식으로 펀드재산을 운용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일반 사모펀드의 경우 30일 이내의 단기대출을 제외하고 금전대여 방식의 재산운용이 엄격하게 제한됩니다(자본시장법 제83조 제4항). 물론 일반 사모펀드가 부동산에 펀드재산을 운용하는 경우 부동산개발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에 대한 금전대여가 가능하나, 일반적인 기업대출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리고 사모투자전문회사는 이른바 “Buy-out” 펀드라는 성격상 지분투자만 가능하므로 금전대여 방식의 재산운용이 당연히 금지됩니다. 물론 최근 감독당국은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옵션 형태의 투자 모범규준」을 폐지하여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옵션부투자에 대한 규제가 많이 완화되었지만, 금전대여의 실질을 가지는 옵션부투자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습니다. 한편 전문사모펀드(헤지펀드)는 상황이 조금 특이합니다. 자본시장법은 전문사모펀드와 관련하여 자본시장법 제83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므로(자본시장법 제249조의2 제1항), 금전대여 금지에 관한 자본시장법 제83조 제4항도 함께 배제되어 전문사모펀드가 금전대여 방식으로 재산을 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당연히” 전문사모펀드가 금전대여 방식으로 재산을 운용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실제로도 전문사모펀드가 금전을 대여한 사례도 지금까지 전무합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사모펀드도 기업대출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사모펀드 관련 사항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골자는 사모펀드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종래 전문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종래 PEF)로 구분하고 재산운용방법을 비롯한 그간의 규제를 상당 부분 폐지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모펀드의 금전대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특히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관한 개정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원래 정부가 처음 국회에 제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하여 적용이 배제되는 조항을 “제83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및 제5항”이라고 규정하여 금전대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에서 어느 틈에 위 조항은 “제83조”로 변경되어 마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하여 금전대여를 허용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여전히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하여 금전대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금전대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니,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구분하지 않고 투자자의 수로만 결정되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일반 사모펀드에 대하여 재산 운용상 제한을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 이른바 Buy-out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투자전문회사(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대하여 금전대여 방식의 재산운용을 제한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에 대한 판단과 위험을 감수할 능력이 있는 기관만 투자할 수 있도록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있어서까지 금전대여에 대한 금지를 포함하여 재산 운용상 제한을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강화된 규제 하에서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기업 입장에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금전대여 금지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대해서는 금전대여를 비롯해서 자유로운 재산운용을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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