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황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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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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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임죄의 ‘임무에 위배’라는 말은 필자가 배운 법률 중에서 여전히 가장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부실대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저축은행 회장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이것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의 부실대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하였다.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2009도14464). 동어반복이고 너무나 추상적이다. 행위규범 내지 재판규범으로 쓸 만한 명확한 기준은 사실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 특히 회사 임직원의 업무 수행 행위가 어느 정도 수준이면 배임죄로 처벌될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배임죄 재판은 그래서 어렵고 무죄율도 높다.

    2009년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에 적용되는 배임죄 양형기준은 이득액에 따라 상당히 높은 형벌을 가하도록 정해져 있다. 특별감경인자가 없는 기본구간의 경우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은 4∼7년, 300억원 이상이면 5∼8년이 권고형량이다. 온정적이라고 비판받았던 법원의 선고형량은 그 후 확연히 달라졌다. 기업인들이 경영상 행위에 대해 배임죄로 기소되고 엄한 형벌을 선고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 흐름에 편승하여 배임죄의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 징역 15년 이상을 선고하도록 하는 강경한 법안까지 등장하였다.

    그러나 경영판단의 원칙을 고려한 배임행위의 개념에 대한 엄격한 기준설정 없이, 다시 말하면 배임행위에 대한 해석기준을 종전처럼 관대하게 해석하여 실무운영을 하는 상태에서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설정된 양형기준을 추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구체적 타당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고, 경제주체의 경영활동을 부당하게 제약할 수 있다. 배임행위에 대한 엄격한 해석론과 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유·무죄 판단을 엄정히 한다는 전제가 충족된 후에 엄정한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순서다. 배임에 대한 판단기준은 종전처럼 운용하면서 여론에 밀려 무조건 엄벌하는 쪽으로만 형사사법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 경영판단의 원칙과 배임죄의 관계에 관한 선진법치국가들의 입법례와 실무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배임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재설정하여야 한다. 경제주체들에게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경제활동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주는 데 사법의 본령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형법 제247조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 배임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임무위배행위와 고의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경영행위와 관련된 배임죄의 고의는 의도적인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필요하면 입법적 보완도 해야 한다.

     

    ◊ 이 글은 2015년 3월 12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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