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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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변협의 김영란법 헌법소원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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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변협의 김영란법 헌법소원에 대한 평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대한변호사협회가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정확히는 사단법인 한국기자협회,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대한변협신문 편집인 명의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법률적으로 타당한지, 그리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이들은 헌법소원청구서에서 김영란법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권, 죄형법정주의, 형법상 자기책임의 원칙,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람들이 청구인 적격이 있는지부터 의문이지만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김영란법이 언론인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권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언론의 취재원에 대한 통상적인 접촉이 제한되고 언론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언론기관은 공직자와 성격이 다른데도 함께 포함시켰으며 다른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관을 제외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원에 대한 접근의 자유가 금품등을 제공해서 매수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까지를 포함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영란법이 적용되면 언론인에 대한 표적수사나 사찰이 가능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는 비단 김영란법만이 아니라 모든 법률의 적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일 뿐이다. 또한 언론이 깨끗하다면 사찰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러한 위험성 때문에 언론인이 먼저 깨끗해진 다음 더 철저하게 권력과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라고 한다. 그만큼 공공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금융기관 등 다른 공공성 있는 기관과의 차별을 이야기하지만 공공성 있는 기관 중에서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지는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여론을 고려하여 국회에서 입법재량으로 정할 사항이다. 그러므로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평등권에 위반된다는 것은 기본적 논지를 벗어난 주장이다.

    김영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해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법률의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은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고 법률의 자의적인 집행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명확하다고 해서 누구나에게나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규정하라는 뜻은 아니고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다. 김영란법에(법 제5조 제1항)서 규정하고 있는 부정청탁의 개념은 법령을 위반한 경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 권한을 남용한 경우 등으로 유형화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예외사항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사회상규에 위반하니 아니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보더라도 어떤 경우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경우’ 자체가 애매한 규정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규정은 여러 형벌법규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적용되어 왔다. 따라서 김영란법의 내용이 다른 법률에 비해서 모호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독단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법 제9조, 제22조 제1항 제2호, 제23조 제5항 제2호의 내용이 양심의 자유, 형벌의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위 조항의 내용은 일종의 불고지죄로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처벌과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위 조항이 양심의 자유에 반하고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인은닉죄의 경우 배우자를 은닉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것과 형평성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불고지죄가 입법형식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지만 위 법률의 내용은 배우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였을 경우에는 공무집행의 투명성과 청렴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고토록 하는 것이어서 범인은닉죄와 같이 논할 것은 아니다. 뿐만아니라 불고지죄는 이미 국가보안법에서도 규정하고 있고 우리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헌재 1998. 7. 16. 선고 96헌바35 결정). 따라서 입법론적으로는 우리 법에서 불고지죄를 모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들 규정이 곧바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위 법조항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만으로 공직자 등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신고의무를 위반한 자신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형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김영란법은 공포 후 1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위 법 부칙 제1조). 아직 시행되지도 않는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이 가능한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그 위헌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데 그 방식은 헌법재판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재판을 진행중인 법원만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해당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제청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당사자가 법원에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음에도 법원이 기각한 경우에는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그런데 대한변협에서 제기한 헌법소원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위헌법률심판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결국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김영란법에 의해서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은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①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만이(자기관련성), ②김영란법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현재 발생하고 있으며(현재성, 예외적으로 기본권 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침해 발생이 확실히 예측되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되기도 함), ③법률조항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여야 하고(직접성), ④다른 법률에 구제철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도록(보충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대한변협의 헌법소원은 최소한 자기관련성, 직접성, 보충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김영란법은 단지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으려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변협이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서둘러서 김영란법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다. 김영란법이 지금 당장 국가질서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직 시행되지도 않는 법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기관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직접 적용대상이어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김영란법 흔들기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최후의 인권보루를 자처하는 변호사 단체가 결론적으로 언론기관의 이익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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