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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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의부 배당받기’ 소가(訴價) 편법인상 ‘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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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법률전문지 ‘법률신문’에 보도된 기사의 제목이다(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91364&kind=AA04). 현재 법원의 민사재판실무는 소가 2억원까지는 단독사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합의사건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내 사건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합의부 재판을 받기 위하여 일부러 소가를 올려 소장을 작성한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는 승패에 상관없이 수임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소가를 높이도록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고,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합의부 사건 배당 기준을 조정한 것은 재판 전체를 충실하고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뜻이었는데 그러한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면 보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소가 인상에 따른 인지대의 차이를 먼저 확인해보면, 소가 1억원의 경우 455,000원이고 2억원의 경우 855,000원이다. 여기까지가 단독사건이 되고, 합의사건을 만들기 위하여 소가에 100만원을 추가하여 2억 100만원이라고 한다면, 인지대는 859,000원이 된다. 소가를 늘려 합의부판단을 받는 비용은 위 차액에 지나지 않는다. 그 외에는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전자소송시스템에 의하여 소장을 제출한다면 그 비용은 조금 더 줄어들게 된다.

    위 보도는 ‘편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이러한 현상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듯하나, 본인은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하는 취지에서 갸우뚱하게 된다. 실무가로서 느낌으로는, 소가 2,000만원이나 5,000만원 정도 되는 경우에 합의부로 가게 하려고 억지로 2억원 넘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1억원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 그리고 앞으로 청구확장을 통하여 2억원을 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나 비로소 처음부터 합의사건이 되게끔 소장을 작성한다. 위 보도에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분명 없지는 않을 것이나, 정말로 진실에 반하여 그리고 수 십만원의 추가비용을 들여가며 합의부사건으로 만드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이 점은 소장을 작성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즉, 애초에 금액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확정하기 어려운 위자료라든가 하는 경우에는 다소 신축적으로 금액을 정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이 부합하여야 하기 때문에, 정말 터무니없이 금액을 키우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보통의 당사자나 변호사들은 소가를 늘리려면 최소한의 논리는 세우고 하게 된다. 이 점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소장은 그 사건에서 법관에게 처음 보이는 서면인데, 그 서면내용이 엉망이면 이미지에 타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과연 위 보도에서 말하는 ‘편법’이 그렇게 횡행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 상당히 의문이며, 나아가 그러한 ‘편법’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점이 꼭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의문이다.

    우선 그러한 ‘편법’을 구사하는 사람의 의도가 위 기사내용대로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결론을 얻는 것’이라면, 그 점이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사실 그 점 외에 특별히 다른 목적을 찾기 어렵다. 예를 들어 합의부로 가면 재판이 훨씬 더 빨라진다거나, 상대방이 더 괴롭게 된다거나 하는 점이 있다면 이 점을 달리 볼 여지가 있으나, 그러한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본인은 우리의 법원이 합의부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단독재판부는 그렇지 않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제도적으로 제한 없이 소가를 지정할 수 있게 해놓고서 당사자들이 나름대로 판단하여 선택한 것을 두고 ‘편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대전에 갈 때 서울 서부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경부고속도로, 동부지역에 사는 사람은 중부고속도로로 가라고 정해놓고 단속도 하지 않으면서, 왜 정한 대로 가지 않느냐고 탓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 그 ‘편법’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용자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제도를 고쳐야 한다. 즉, 소가가 2억원을 초과하는 순간 인지대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한다거나, 진실과 다르게 소가를 적어낸 경우에는 재판과정에서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가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법실무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이 매우 무리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인은 소가를 ‘일부러’ 올려 합의부를 선택하는 것이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일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만일 그 점이 문제라면 그 진정한 원인을 찾아 고쳐야지, 오로지 합리적인 선택을 받겠다는 의도로 결정을 하는 당사자들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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