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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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만 로펌 –> 별산제 법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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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산제 (무늬만) 법무법인

     

    별산제 법무법인이라는 게 있다. 법무법인의 테두리 안에 있기는 하지만, 구성원 변호사 각자, 소속변호사 각자가 돈 계산을 따로 하거나 몇 명이 모인 팀 단위로 계산을 달리 하는 법무법인을 말한다.

     

    이름만 법무법인일 뿐 안을 들여다 보면 별개의 법률사무소들의 연합체라 할 수 있다. 별산제 팀(독립채산제 팀)들은 각자 자치권을 가지고 있어서 영업도 따로 근무방침도 따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모여 있는 이유는 외형이 커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비용절감의 목적도 있다.

     

    2. ‘법인(法人)’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한한 신뢰

     

    일반인들은 ‘법률사무소(法律事務所)’는 매우 작은 곳이어서 공신력이 없다고 여기고, ‘법무법인(法務法人)’이라고 하면 무조건적인 신뢰를 한다. 바로 이러한 일반인의 착오 때문에 변호사들은 법무법인의 외형을 가지려고 한다. 그 외형을 가지기 위해 무한연대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규정의 올가미에 스스로의 목을 맨다. 바로 변호사법 제58조 제1항의 합명회사 준용규정이다.

     

    15년전쯤만 해도 변호사들이 먹고 살만한 했고 변호사들은 서로 동료이자 동업자라는 의식을 하고 있어서 무한연대책임을 규정한 변호사법 제58조 제1항에 대하여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법무법인이 업무과오를 저지르더라도 일반인들이 이를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았고 법무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었다.

     

    3. 합명회사 준용규정이라는 ‘늪’

     

    그러나 최근에는 변호사업계의 수익악화로 인하여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법무법인 대표나 구성원변호사가 늘어나게 되고 그에 따라 법인이 책임을 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사태를 전혀 모르고 있던 구성원변호사들이 무한연대책임을 지는 판결례가 나타나고 있다. 같은 법인 내에 있더라도 그 행위를 한 변호사 말고 다른 변호사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차 모른채 무한연대책임을 진다. 분사무소에 있는 구성원변호사는 본사무소의 변호사가 어떤 사건을 수임했는지조차 모른다.

     

    최근 이러한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청년변호사들이 법무법인 신설을 꺼리는 경향도 있고, 기존의 구성원에서는 탈퇴를 원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신규 진입한 변호사들이 개업의 편의와 법인 타이틀을 얻기 위해 별산제 법무법인의 방 한칸을 전대차하듯이 얻어서 들어간다. 그러고서는 그 곳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다른 3~4명의 변호사들의 사업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 안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청년변호사들이 변호사 개업을 위해 벌고자 하는 돈은 아마도 월 500만원에서 1천만원 사이일 것이다.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생면부지의 이웃집변호사들의 연대보증인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웃집 변호사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게 변호사들이 하고 있는 짓이다. 일반인들도 연대보증을 할 때에는 최소한 주채무자가 그 돈을 어디에 쓰며 그 액수가 얼마인지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신참변호사들이 무늬만 법무법인의 틈을 비집고 구성원의 타이틀을 사용하는 것은 개업의 편의를 도모하고 법인 타이틀의 위용을 빌리기 위함이다. ‘설마 옆의 고참 변호사가 사고치지는 않겠지’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품은 채.

     

    4. 해결책은 무엇인가?

     

    가. 법무법인 (유한)의 설립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최근 법무법인 (유한)의 설립요건을 완화하여 변호사 5명(그 중 5년이상 경력자 2명 이상)이고 자본금이 1억원이상이면 설립이 가능하게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한회사는 변호사의 책임이 제한되는 대신 의뢰인 보호를 위해 손해배상금을 적립하거나 책임보험을 들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문제는 많이 완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전근대적인 합명회사 조항을 폐기하고 유한회사의 설립요건을 더욱 완화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대신 책임보험을 드는 한도를 강화하는 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야만 청년변호사들의 자유로운 창업이 가능해진다.

     

    나. 별산제 법무법인의 위용이 별거 아니라는 것을 일반인에게 알려야 한다.

     

    위와 같은 유한회사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성원 4명 이하의 영세한 법무법인은 여전히 무한연대책임의 고리속에 있다. 그러므로 별산제 법무법인의 위용이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의뢰인에게 잘 알려야 한다. 그래야 법인을 기어코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무늬만 법무법인에서는 사건처리를 함에 있어서 옆방의 검사장 출신,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 대신에 자기 사건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 1~2명의 경력과 사무실의 지휘체계, 그리고 승소실적과 사건처리 경험을 보게 하여야 한다(나는 최근에 쓴 책 ‘변호사 사용법’에서 이러한 점들을 지적한 바 있다).

     

    사실은 별산제 로펌임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옆방의 변호사의 위세를 빌려서 규모를 과대포장하는 현재의 분위기가 타파되지 않으면, 자라나는 싱싱한 젊은 변호사들의 경쟁력이 실질보다 더욱 더 약화되고, 그들이 무한연대책임을 지는 합명회사의 늪에 대책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외형으로 고객을 끄는 행위는 심하게 말하면 고객을 속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속히 이러한 병폐가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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