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염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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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소송 활성화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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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처음 공익 전담변호사 활동에 뛰어들었던 2004년에 비해, 변호사의 공익활동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공익변호사의 숫자가 이미 50명을 넘어섰고, 이들은 장애, 여성, 이주·난민, 아동·청소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수자 인권옹호를 위한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다. 대한변협은 산하에 변협법률구조재단을 두어 공익소송을 지원하고 있고, 변호사공익대상 시상을 통해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진작하고 있으며, 각 지방변호사회 또한 인권위원회와 각종 변호사단을 꾸려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이끌고 있다. 또한 10대 로펌 중 대다수가 공익전담변호사를 채용하여 로펌의 사회적 책임 수행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변호사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변호사 공익활동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공익소송이다. 공익소송 말고도 무료법률상담 및 자문, 법률교육, 입법개선활동, 연구조사 등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공익활동은 다양하지만, 변호사만이 가능한 공익활동은 역시 공익소송이다. 공익소송은 경제적 약자를 위한 법률구조 또는 시민의 권리·자유의 보장을 위해 무료 또는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공익소송의 제기를 통해 소송 당사자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고, 선례를 만들어 해당 사안에 관한 제도 개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법에 의한 지배, 즉 법치주의의 실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공익소송의 활성화를 위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집단소송제의 도입, 공익전담변호사단체에 대한 재정지원 및 법적 근거 마련 등이 논의되어 왔다. 공익소송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런데 근래 들어 공익소송 활성화를 진작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발목을 잡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소송 패소시 상대방의 소송비용 청구의 문제이다. 소송비용은 소송 당사자가 소송을 수행하는 데에 소요된 비용을 가리키고, 이러한 비용은 원칙적으로 패소자가 부담하게 된다. 소송의 상대방이 뜻하지 않게 제기된 소송 진행으로 입게되는 손해를 패소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특히 행정소송의 인지대를 대폭 증액(2천만100원->5천만100원)하였고, 변호사비용 청구금액을 실질화하기 위해 청구가능한 변호사비용액을 대폭 상향시켰다.

     

     

    소송의 남용을 막고, 뜻하지 않은 소송진행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도록 하는 취지는 분명 타당해보이지만, 행정기관을 상대로 하는 공익소송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정의 관념에 어긋날 수 있어보인다. 2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전 과도한 지방의회 의원 의정비 지급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주민소송이 제기된 바 있었다. 1심 법원은 의정비 인상 조례가 절차적·내용적으로 위법하므로 무효이고, 따라서 무효인 조례를 근거로 지급된 의정비가 부당이득이라고 하여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주민소송을 계기로 지방자치법 시행령의 관련 규정들이 개정되어, 기초의회 의원들의 무분별한 자기 보수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항소심은 의견수렴절차가 미흡하더다로 관계 법령의 취지를 명백히 저버린 채 진행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고, 결국 대법원에서 이와 같이 확정되었다. 다른 하나의 사례는 음성 꽃동네에서 20년간 생활하고 있던 장애인 당사자가 해당 군청을 상대로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실현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변경소송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회복지사업법의 해석상 이들의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법의 취지나 세계적 추세로 볼 때 시설수용보다는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하여, 해당 군의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의무를 확인하기도 하였다. 해당 지자체들은 판결 확정 후 바로 원고인 주민과 장애인에게 적지 않은 금액의 소송비용청구를 해왔다.

     

     

    지방정부의 재정낭비를 막기 위해, 지자체의 장애인 자립생활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주민과 장애인들에게 수백만원에 이르는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정의의 관념에 부합하지 못한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부조리한 행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빛을 바랬고, 앞으로 패소의 위험을 무릅쓰고 국가기관·지자체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이들과 이들을 도와 공익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변호사의 의지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도 공익소송을 통한 시민의 권리보장 및 이를 통한 법치주의의 구현이 가능할 수 있도록 대법원 규칙인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산입에 관한 규칙’ 제6조를 개정하거나 실질화하여 국가나 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공익소송의 경우에 소송비용을 상당한 정도 감액 산정할 필요가 있다.

     

     

    공익소송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다른 하나는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무료변론사건을 회원 1인당 연간 10건으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수임사건경유업무운영지침을 개정한 것이다. 그간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공익사건에 대하여 소송위임장에 경유증표 부착 없이 경유인만을 날인하고, 회원의 무료변론사건에 대해서는 건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경유회비를 면제하여 왔다. 그런데 일부 회원사무실에서 서울변회 경유인을 무단으로 제작하여 사용하고, 회원의 무료변론사건이 특정 회원의 경우 연간 370건에 이르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경유회비 면제를 받는 무료변론사건을 연간 10건으로 제한한 것이다.

     

     

    서울변회 경유인을 무단으로 제작하여 사용하거나 특정 회원이 연간 무료변론사건을 370건을 수행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면 그에 대해 적절한 조사를 거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지 서울변회 소속한 모든 회원의 무료변론사건을 연간 10건으로 제한하는 것은 공익소송의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적절하지 못한 방법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무료변론사건 제한을 폐지할 것을 부탁드린다.

     

     

    시민의 권리·자유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법치주의를 실현한다고 하는 공익소송의 지향에 반대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무분별한 소송비용 청구와 무료변론사건 제한 등의 제약이 풀리지 않고서는 공익소송을 제기하기가 녹록치 않다. 공익소송 활성화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 이 글은 2015년 1월 16일자 법률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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