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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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용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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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이효리의 ‘유기농 콩’ 사건은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가 결핍되어 있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인지 그 단면을 보여 준 사건이다. 직접 기른 콩을 내다 팔면서 ‘유기농 콩’ 이라고 표시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법적으로 보면 친환경 농산물 인증표시 위반이겠지만, 텃밭에서 기른 콩 몇 줌을 콕 찝어 관련기관에 신고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텃밭 토양조사까지 했다고 한다. 신고할 일도, 관계기관이 토양조사까지 나설 일도 아니었다. 그저 유기농 표시를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조금 큰소리로 혼내며 끝낼 일이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유기농 채소라며 좌판을 벌여 근근이 살아가는 할머니가 아니라 유명 인사의 언행이니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고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공명심이 발동했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지금 그렇다.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에 비난과 고발이 난무한다. 별 것 아닌 일도 법을 들먹이며 문제 삼고, 표현이 눈과 귀에 거슬린다고 검찰에 고발하고, 학계에서 해결해야 할 학문적 논쟁거리조차도 사법의 힘을 빌려 이념논쟁을 벌이고 진보보수의 진영논리로 편 가르기를 하며, 법정으로 끌고 갔으면 그 재판결과에 승복해야 함에도 다시 그 판결에 이념을 덧칠해 비판하고 불만을 드러낸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니라 박멸해야 할 적, 때려눕혀야 할 경쟁상대로 여기는 것이다. 이효리를 좌효리로 부르는 것도 좌파로 몰아 척결대상으로 낙인찍는 행태다.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 앞에서 버젓이 폭식 투쟁을 벌이는 행태는 공존을 포기한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관용과 존중이 절실하다는 경고음이 벌써 울렸지만 멈추지 않는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타인에 대한 관용을 포함하는 관용사회 부문 순위는 1995년 25위에서 2000년 30위로 추락한 후 2009년 31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경쟁 과열로 삶이 각박해진 탓에 사회적 갈등은 날로 넘쳐난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물어뜯어 숨통이 멎어야 직성이 풀릴 것처럼 악다구니를 놀린다. 갈등과 반목이 이해당사자들의 대화와 타협에 의해 해결되지 못하고 결국 공권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 사회적·경제적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다른 사람을 관용하지 않는 것이 역사적·문화적으로 뿌리가 깊은지 모르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치적 승리를 위해 이념갈등을 부추긴 면도 있다.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 미리 갈등요인을 충분히 검토, 논의하여 최소화하고, 갈등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 조정해야 하는데 정치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대의명분을 지키려고 대화와 타협에 주저하다 보면 대립과 반목, 갈등은 커져만 간다. 치킨게임처럼 누구 하나 죽거나 무릎을 꿇어야 끝이 난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 없는 사회, 적대와 증오감이 넘치는 사회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8대1, 정당해산과 의원직 박탈이라는 사형선고가 관용 없는 사회의 연장선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 이 글은 2014년 12월 29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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