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최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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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신탁법에 따른 사해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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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에 따른 사해신탁

1. 사해신탁의 취소

가. 사해신탁의 의의

채무자(위탁자)가 신탁의 형식을 이용하여 자기의 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함으로써 채권자를 사해하는 행위를 사해신탁이라 하여 탈법신탁 및 소송신탁과 같이 신탁법상 불법한 신탁행위로 특별히 다루고 있다.

사해신탁이란 위탁자(채무자, 이하 위탁자라고만 함)가 채권자를 해하기 위하여 설정한 신탁을 말한다. 「신탁법」은 신탁에서의 ‘수탁자-수익자’의 지위가 「민법」상 사해해위에 의한 ‘수익자-전득자’의 지위와 형식적 구조상 유사한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여 「민법」제406조의 채권자취소권에 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해신탁취소권도 채권자취소권과 성립요건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사해행위의 취소라는 권리의 성질은 유사하므로 ‘사해성’의 의미 등에 대한 「민법」상 채권자취소권의 일반 해석론은 이 규정의 해석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안성포, “사해신탁의 취소와 수익자보호 – 일본 신신탁법을 중심으로”, 증권법연구 제9권 제2호, 한국증권법학회, 159쪽; 임채웅, “사해신탁의 연구”, 13쪽

사해신탁취소권도 채권자취소권과 마찬가지로 위탁자의 사해신탁행위를 취소하여 위탁자의 재산을 원상회복시킴으로써 모든 채권자를 위하여 위탁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는 권리이므로, 피보전채권은 ‘금전채권’이나 ‘종류채권’이어야 하며,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같은 특정물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상경, 주석, 민법 채권총칙(2)(편집대표 박준서), 한국사법행정학괴, 2000, 49~52쪽; 임채웅, “사해신탁의 연구”, 13쪽 각주3)
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다32236 판결

이러한 사해신탁제도는 본질상으로는 단순한 법률행위취소가 아니라, 감소한 재산권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임에 유의하여야 한다. 다만 취소의 상대방으로서는 취득한 재산권을 잃게 되므로 그 이익과 조화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다32236 판결]
신탁법 제8조 소정의 사해신탁의 취소는 민법상의 채권자취소권과 마찬가지로 책임재산의 보전을 위한 것이므로 피보전채권은 금전채권이어야 하고, 특정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53437 판결]
당사자 사이에 일련의 약정과 그 이행으로 최종적인 법률행위를 한 경우, 일련의 약정과 최종적인 법률행위를 동일한 법률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면, 일련의 약정과는 별도로 최종적인 법률행위에 대하여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동일한 법률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당사자가 같은지 여부, 일련의 약정에서 최종적인 법률행위의 내용이 특정되어 있거나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는지 여부, 조건 없이 최종적인 법률행위가 예정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소외 회사는 2003. 3.경부터 이 사건 상가의 신축·분양 사업을 시행하면서,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농협’이라고 한다)로부터 90억 원을 한도로 대출을 받기로 하였고, 같은 무렵 농협 및 시공사인 주식회사 ○○종합건설과 사이에 사업약정서를 체결하였는데, 동 사업약정서 제17조 제2항에서 ‘소외 회사는 건물 보존등기시 대출원리금 및 공사대금 미지급금이 잔존하는 경우 보존등기함과 동시에 담보신탁(또는 처분신탁)을 경료키로 한다’고 약정한 사실, 소외 회사는 2003. 3. 27.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상가부지가 될 토지에 대하여 부동산관리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제1차 신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2003. 3. 31. 위 토지에 관해 ‘2003. 3. 27. 신탁’을 원인으로 피고 앞으로 신탁등기를 마친 사실, 소외 회사는 2004. 5. 17.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제1차 신탁계약을 변경하여,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의 보존등기시까지 소외 회사의 농협에 대한 채무가 완제되지 않았을 경우, 보존등기와 동시에 미분양물건에 대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기로 한다’는 약정을 한 사실, 소외 회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상가에 대하여 2004. 8. 13. 사용승인을 받은 다음 2004. 9. 10.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 61개 점포 전부에 대하여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제2차 신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61개 점포 전부에 대하여 ‘2004. 9. 10. 신탁’을 원인으로 피고 앞으로 신탁등기를 마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 2003. 3.경 체결한 사업약정서는 소외 회사와 농협, 주식회사 ○○종합건설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서 피고는 그 당사자가 아니고, 이 사건 제1차 신탁계약은 이 사건 상가부지가 될 토지에 대한 부동산관리신탁에 지나지 않으며, 2004. 5. 17.자 변경약정과 위 사업약정서 제17조 제2항은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의 보존등기시까지 소외 회사의 농협에 대한 채무가 완제되지 않았을 경우’라는 조건부로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과하는 약정에 불과하여 향후 체결할 담보신탁계약의 신탁재산, 신탁기간, 수익자 등 그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전혀 정함이 없으므로, 이 사건 제2차 신탁계약과 종전의 일련의 위와 같은 약정은 동일한 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비롯하여 사해의사 등 사해행위에 대한 판단은 종전의 일련의 약정과는 별도로 이 사건 상가 신축건물 61개 점포에 대한 신탁등기의 원인이 된 법률행위인 이 사건 제2차 신탁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제2차 신탁계약은 종전의 약정과 일련의 과정에 연속하여 체결된 계약으로서 위 취득세 등의 납세의무가 성립하기 이전에 체결된 법률행위의 이행이라고 보아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위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까지는 종래 사업시행자가 분양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사업부지와 그 지상 건축물을 신탁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은 경우, 사해신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례는 당초 사업약정서에서 신탁이 예정되어 있고 사업승인시 예상되는 사업자금을 위한 PF대출금을 우선수익권으로 하는 신탁계약은 사해신탁으로 볼 수 없으나, 사업시행자(위탁자)가 당초 사업약정서에서 예정한 사업자금 외에 별도의 PF대출을 위해 부동산을 신탁한 경우, 예정하지 아니한 PF대출금을 위해 설정한 신탁은 사해신탁에 해당하여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에서 사업시행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동시에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이 경우 한 사업장을 담보로 다른 사업장의 사업자금을 융통한다. 이 때 부동산신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3순위 혹은 4순위 우선수익권을 금융기관이 인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추가신탁은 사해신탁이라는 것이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이다.

[서울고등법원 2013. 12. 12. 선고 2012나70885 판결]
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신탁법’이라 하고, 위 전문개정된 법률을 “개정 신탁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신탁을 설정한 경우에는 채권자는 수탁자가 선의일지라도 민법 제406조 제1항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비하여, 개정 신탁법 제8조 제1항은 “다만, 수익자가 수익권을 취득할 당시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 규정을 두어 선의의 수익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해신탁의 취소를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위 개정 신탁법은 부칙 제1조에 따라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고, 부칙 제2조에서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규정에 따라 생긴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그 효력의 불소급을 명시하고 있다. 앞서 본 전제사실에 의하면, 개정 신탁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0. 10. 18. 이미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신탁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선의의 수익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해신탁의 취소를 제한하는 개정 신탁법 제8조 제1항 단서는 적용이 없고, 구 신탁법 제8조 제1항, 민법 제406조 제1항에 따라 선의의 수익권자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이 사건 신탁계약의 취소가 가능하다고 봄이 상당하며, 달리 구 신탁법이 시행되던 때에도 선의의 수익권자가 존재하는 경우 사해신탁의 취소가 제한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

위 하급심 판례에 따를 때, 개정 신탁법이 시행된 2012. 7. 26. 시행되었으므로, 개정 신탁법 시행 이전에 체결된 신탁계약에 대한 사해성 여부는 구 신탁법에 따라 해석된다. 그러나 사해행위취소의 소의 성질은 형성권과 채권적 청구권이 결합된 것이고 곽윤직, 채권총론, 박영사, 140면 이하
, 사해행위는 소를 제기하여 그것이 확정된 때 수익자와 전득자 사이의 법률행위가 상대적으로 무효가 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사해신탁은 소송으로 확정된 때 비로소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개정 신탁법이 시행된 이후 사해신탁의 소가 제기되었다면 개정 신탁법이 적용되는 타당하다고 본다.

나. 사해신탁의 설정행위

(1) 사해신탁의 설정행위

사해신탁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해신탁이 신탁의 성립 요건을 갖추어서 설정되어 있어야 하고,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신탁으로 설정되지 못한 경우에는 신탁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취소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중기, 신탁법, 70쪽; 오창석, “개정신탁법상 사해신탁제도에 관한 소고”, 한국금융법학회 2009년 동계학술발표회 자료집 “금융법의 현안과 과제”, 한국금융법학회, 6쪽

(2) 사해성

(가) 의의

“채권자를 해한다”는 것, 즉 사해성이란, 위탁자의 신탁설정행위로 위탁자의 총재산이 감소되어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거나 이미 부족상태에 있는 공동담보가 한층 더 부족하게 됨으로써 채권자의 채권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는 상태, 즉 채무자의 소극재산이 적극재산보다 많아지거나 그 정도가 심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김능환, 민법주해(Ⅸ)-채권(2)(편집대표 곽윤직), 박영사, 1995, 820쪽

(나) 사해성의 판단

1) 신탁행위에 사해성이 있는지 여부는 위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해당 신탁설정행위로 인하여 위탁자 명의의 책임재산 또는 공동담보가 감소되었다는 형식적인 측면만을 보아서는 아니되고, 실질적으로 책임재산이 증감되었는지, 즉 신탁이 책임재산의 감소나 공동담보의 부족을 초래하였는지 여부를 고려하여야 한다. 이중기, 신탁법, 69쪽; 이우재, “개발신탁의 사해행위 판단방법”, 대법원판례해설 46호, 법원도서관, 543쪽; 임채웅, “사해신탁의 연구”, 23~24쪽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다57884 판결]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판단함에 있어 사해행위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나, 사해행위라고 주장되는 행위 이후의 채무자의 변제 노력과 채권자의 태도 등도 사해의사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다른 사정과 더불어 간접사실로 삼을 수도 있다. 채무자가 토지에 집합건물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던 중 이미 일부가 분양되었는데도 공정률 45.8%의 상태에서 자금난으로 공사를 계속할 수 없게 되자 건축을 계속 추진하여 건물을 완공하는 것이 이미 분양받은 채권자들을 포함하여 채권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자신도 채무변제력을 회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탁업법상의 신탁회사와 사이에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자금난으로 공사를 계속할 수 없었던 채무자로서는 최대한의 변제력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또한 공사를 완공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판단되므로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2) 또한, 사해성의 존재 여부는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민법상」상 채권자취소권의 ‘사해성’과 동일한 의미이므로 채권자취소권에 대한 논의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1다13709 판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아파트 공사 수급인이 신축 아파트에 대한 유치권을 포기하는 대신 수분양자들로부터 미납입 분양대금을 직접 지급받기로 하고, 그 담보를 위해 도급인과의 사이에 당해 아파트를 대상으로 수익자를 수급인으로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수급인이 지정하는 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게 한 경우, 수급인의 지위가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보다 강화된 것이 아니고, 도급인의 일반채권자들 입장에서도 수급인이 유치권을 행사하여 도급인의 분양사업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경우와 비교할 때 더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위 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8.02.14. 선고 2006다33357 판결]
채무자의 재산이 채무의 전부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경우에 채무자가 그의 유일한 재산을 어느 특정 채권자에게 대물변제로 제공하여 양도하였다면 그 채권자는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는 반면 그 범위 내에서 공동담보가 감소됨에 따라 다른 채권자는 종전보다 더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이는 곧 다른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채무자가 그의 유일한 재산을 채권자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에게 대물변제로 제공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가 된다고 할 것이나(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7873 판결 등 참조),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되는 채무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채권자는 처음부터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환가절차에서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와 같은 우선변제권 있는 채권자에 대한 대물변제의 제공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한다고 볼 수 없어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또한,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재산이 사해행위로 양도된 경우에 그 사해행위는 그 재산의 가액, 즉 시가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 성립하고, 피담보채권액이 그 재산의 가액을 초과하는 때에는 당해 재산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0다42618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채권자들 중에 그 채무자에 대하여 경매 등의 환가절차에서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보다 우선하여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채권자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피담보채권액이 그 재산의 가액을 초과하는 재산의 양도행위가 저당권의 피담보채권보다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만 사해행위가 된다고 할 수도 없다(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다70090 판결 참조).

3) 위탁자가 자신 소유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말소하고자 대출금융기관으로부터 금원을 차용하여 위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대출금융기관을 우선수익자로 하는 담보신탁을 체결한 경우, 위탁자의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는지 문제된다.

기존에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을 말소하면서 동시에 담보신탁을 하게 되었는데 이후 위탁자의 채권자에 의하여 사해신탁취소소송이 제기된 사안과 관련하여, 피고인 신탁사가 근저당권과 담보신탁 설정은 일련의 과정으로 연속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하여 1심(부산지방법원 2005가합7217판결)에서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근저당권이 소멸하는 순간 근저당목적물은 위탁자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공하여진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재산을 위탁자에게 원물반환할 것을 명하였으나, 항소심(부산고등법원 2006나8580판결)에서는 “이 사건 신탁부동산에는 이 사건 추가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추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에 상당하는 부분은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공하여지는 책임재산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인데,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사해행위는 부동산의 가액에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성립한다”고 설시하면서, 수탁자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기존 저당권에 대한 피담보채권의 실제금액에서 담보신탁에 있어 우선수익권으로 변경된 부분은 사해행위라고 볼 수 없지만, 그 범위를 넘는 우선수익권만 사해신탁이라고 보면서 수탁자로 하여금 가액배상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2006다80704)은 이와 같은 고등법원의 판결이 적법하다고 하여 상고를 기각하여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 판시는 지극히 타당하다 할 것이다. 위탁자가 자신 소유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말소하고자 수탁자와 그 부동산에 대해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우선수익권을 다른 대출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받은 금원으로 근저당권자의 피담보채권을 변제한 경우, 담보신탁이 실무에서 양도담보 혹은 저당권과 유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저당권의 실제 피담보채권액과 담보신탁에 있어 우선수익권의 실제 채권액이 동일하다면, 일반채권자에게 공여된 채무자의 책임재산은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가액이라 할 것인바, 담보신탁에 있어 우선수익권의 실수익금이 위 피담보채권액과 동일하다면 신탁으로 인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줄어든다고 할 수 없어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12.1.12. 선고 2010다64792 판결]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목적물의 경우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므로, 수익자가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의 부동산에 관하여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는 대신 동일한 금액을 피담보채무로 하는 새로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설정하는 것은 채무자의 공동담보를 부족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사해행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이때 수 개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할 때에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

채무자 갑이 을 등에게서 돈을 차용하면서 수 개의 부동산을 공동담보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각 경료하여 주었고, 병에게서 돈을 차용하면서 위 부동산이 포함된 수 개의 부동산을 공동담보로 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갑이 을 등 명의의 가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한 후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병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안에서, 갑과 병 사이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을 등 명의의 가등기와 선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대체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이라고 보이고, 근저당권설정계약 중 을 등 명의의 가등기나 선순위 근저당권이 경료되어 있던 부동산의 피담보채무에 관한 부분은 갑의 공동담보를 부족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사해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부동산 중 을 등의 가등기나 선순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무액을 산정하여 그 부분을 사해행위의 성립 범위에서 제외하였어야 함에도, 갑과 병 사이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모두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다) 자익신탁의 경우

자익신탁을 설정하는 경우, 당연히 담보재산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며, 특히 토지신탁의 설정도 부동산의 처분과 달리 위탁자의 재산을 현금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현실적으로 위탁자는 자신의 수익권을 증서로 만들어 이에 대해 질권을 설정하여 담보로 활용하고 있으며, 위탁자의 채권자들은 위 수익권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사해신탁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이재욱․ 이상호, 신탁법 해설, 108쪽

그러나 직접적 지배권인 소유권이 신탁상의 수익권으로 변경되는 점, 현재의 권리가 장래의 수익권으로 변경되어 현재 가치의 측면에서 무자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점, 현행 신탁법은 수익증권의 발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익권의 경우 그 법적성질이 지명채권이어서 양도가 자유로워 소비하기 쉬운 형태로 변경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익신탁의 경우 역시 사해신탁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고 해석하기는 어렵고 다만, 자익신탁의 특성을 고려하여 위탁자가 채권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자신의 변제력을 회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여 자익 신탁을 설정한 경우에는 사해신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중기, 신탁법, 68~69쪽
이우재, “개발신탁의 사해행위 판단방법”, 543쪽; 임채웅, “사해신탁의 연구”,24~24쪽

(3) 위탁자의 사해의사

위탁자는 사해신탁의 설정으로 자신의 공동담보가 한층 더 부족하게 되어 채권자의 채권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극적인 의사가 아니라 변제능력이 부족하게 된다는 소극적인 인식으로 충분하며, 일반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있으면 되고 특정채권자를 해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님은 채권자취소권에 있어 그것과 같다. 이중기, 신탁법, 70쪽; 오창석, “개정신탁법상 사해신탁제도에 관한 소고”, 5쪽; 진상훈, “부동산신탁의 유형별 사해행위 판단방법”, 민사집행법연구 제4권, 한국민사집행법학회, 319쪽

다. 수탁자 및 수익자의 주관적 요건 – 사해신탁취소권의 배제요건

(1) 수탁자의 선의 여부

수탁자가 신탁 설정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거나 투자한 경우 또는 영업 목적의 수탁은행과 같이 신탁의 인수를 통해 보수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신탁 설정의 취소로 인해 수탁자가 이미 받은 신탁보수와 장래에 받을 신탁보수를 상실하게 되고, 선의의 수탁자가 신탁재산 원본을 선의의 수익자에게 모두 양도하여 신탁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수탁자에 대한 취소권 행사와 원상회복청구권이 가능한 부당한 사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개정법은 수탁자의 선의 여부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사해신탁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되, “채권자는 선의의 수탁자에게 현존하는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원상회복의 범위를 한정하여, 위탁자의 채권자와 선의 수탁자에 대한 보호의 조화를 기하고 있다.

(2) 수익자의 선의

개정법은 수익자의 사해신탁에 대한 악의를 취소권 행사의 요건으로 하였다. 여러 명의 수익자 중 일부가 수익권을 취득할 당시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악의의 수익자만을 상대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신탁법 제8조 제2항 단서).

여기서 위탁자의 채권자는 수익자가 선의일 경우 수탁자를 사해신탁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문제되나, 기존의 사해신탁 제도가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수탁자에게 가혹하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신탁법이 개정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부정함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부동산신탁의 경우, 금융기관이 위탁자에게 PF자금을 대출하여 주면서 우선수익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이러한 우선수익자는 유상수익자에 해당하고 사해신탁임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상수익자가 존재하는 신탁에서는 우선수익자가 위탁자와 통모하지 않는 이상 사해신탁이 인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겠다.

한편 이러한 수익자의 선의의 판단시점은 ‘수익권을 취득한 때’이고, 수익권을 취득한 후 신탁을 통해 위탁자의 사해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판단대상이 아니다.

수익자의 선의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문제되나, 민법상 채권자취소권에 있어 채무자의 악의를 채권자가 입증하면 수익자 및 전득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선의 여부는 수익자 및 전득자 스스로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대법원 1989. 2. 28. 선고 87다카1489 판결)의 태도임을 고려할 때, 사해신탁에 있어서도 수익자 스스로 선의임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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