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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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평석 : 자의 성과 본의 변경허가 청구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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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석대상 : 서울가정법원 2014. 11. 24. 2014 느단4871 심판

    [판시]

    청구인은 사건본인의 성을 친모인 청구인의 성인 ‘이(李)’로, 본을 ‘합천(陜川)’으로 변경할 것을 구하고 있다. 살피건대, 사건본인은 이미 성년에 이르러 사회생활을 하여 왔는바, 성과 본의 변경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사건본인의 만족감보다 그로 인하여 사건본인을 둘러싼 사회적·법률적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청구인은 이 사건 청구에 이르게 된 계기로 점집을 찾았다가 개명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개명하는 김에 성까지 바꾸면 사건본인이 일찍 병사한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사건 청구에 이르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위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보면,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하여 시급히 사건본인의 성과 본을 친모인 청구인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 법률신문에서 인용함. http://www.lawtimes.co.kr/LawPnnn/Pnnps/PnnpsContent.aspx?serial=6695

    [평석]

    1. 근래 종래 많지 않았던 가사사건이 많이 늘고 있다. 종래 많았던 사건이라면 역시 이혼과 상속 관련사건들인데, 그러한 사건들은 여전히 많고 역시 늘고 있으나, 그렇지 않았던 사건들이 많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성년후견사건이며, 또 하나가 면접과 양육에 관한 사건 그리고 또 하나는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성과 본의 변경을 구하는 사건이다. 

     

    2. 우리나라는 원래 성의 불가변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뿌리깊은 나라로서, 보통은 그 변경을 매우 금기시해왔다. 창씨개명에 관한 역사적 경험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근래 이혼의 증가와 함께 성과 본의 변경을 구하는 사건들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청구는 주로 미성년자녀의 친권을 갖고 있는 여성쪽에 의하여 청구되는 일이 많은데, 대개 다음과 같은 두 자기 경우에 많이 청구된다.

    한 가지 경우는, 이혼한 여성이 재혼한 경우로서 재혼한 새 남편과 전(前) 남편과 사이의 아이가 성이 달라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아이에게 불편함을 준다고 느끼는 경우이다.

    또 한 가지 경우는, 주로는 격렬한 분쟁을 겪고 이혼한 경우로서, 대개는 남편쪽의 이혼사유에 대해 비도덕적이며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미성년자녀의 친권을 가진 다음, 그 자녀와 전(前) 남편과의 관계를 끊겠다는 동기에서 청구하는 경우이다.

     

    3. 위 판시내용에서도 나와있듯이, 그와 같은 성과 본의 변경이 정당화되는 것은 종래의 성과 본을 바꾸지 않으면 그 본인의 복리에 지장을 주는 것이다. 위 두 번째 사례의 경우는 적당하지 않은 점이 있다. 성을 바꾸면 전 남편과 외면상 관계가 끊어지는 듯도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전 남편과 아이 사이의 법률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 그냥 성만 바뀔 따름이다.

    첫 번째 사례의 경우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새 남편과 가정을 꾸린다는 면에서는 성을 새 남편의 것과 일치시키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논리대로라면 만일 그 여성이 또 이혼하고 다시 결혼한다면 그때마다 아이는 계속하여 성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4. 요컨대, 성과 본의 변경은 매우 신중하여야 하며, 꼭 바꾸어야 하더라도 한 번 정도만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점은 꼭 법률만의 문제는 아니며, 사회인식의 변경도 필요한 문제라고 보는데, 앞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계부와 아이의 성이 다른 것이 별로 문제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5. 위 사건으로 돌아가 살펴보면, 사건본인이 이미 성인이 되었는데 그 본인이 아니라 친모가 청구를 하였다는 점이 특이하다. 법적으로는 친모에게도 청구권이 있으므로 이와 같은 청구가 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위 내용만으로는 친모가 그 사건본인과 합의하여 청구한 것인지, 사건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또는 그 의사에 반하여 청구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만일 사건본인의 동의 없이 청구된 것이라면 그 자체로서 크게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의견은 단순히 부적당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즉, 사건본인이 그러한 변경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인식하지 않고 있는데, 남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 남이 친모라 해도 마찬가지이다. 사건본인이 성년이 된 이상, 스스로의 복리는 스스로가 결정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일이지, 그 누구도 먼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닌 것이다.

     

     

    6. 더 나아가 청구원인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점장이의 권유에 따라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것은, 설령 청구인이 정말로 그 말을 신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사건의 청구원인은 사건본인의 복리와 관련된 필요성일 뿐이고, 그 동기가 본래의 요건은 아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동기가 바로 그러한 변경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그다지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7. 청구인이 이와 같은 주장을 했다는 점을 보며  느끼는 점이 있다. 사실 청구인의 이와 같은 주장은 청구인으로서는 매우 솔직한 의견표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솔직함만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 비전문가들의 솔직함은 이러한 가사사건뿐 아니라 민사사건이나 형사사건에서도 많이 드러난다. 형사사건에서 유죄라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쨌든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한 미안함 감정에서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한 나머지 나중에 보면 범죄사실을 모두 시인한 것처럼 되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상생활에서의 솔직함은 도덕적으로는 미덕일 수 있으나, 법적 절차에서는 달리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에서도 청구인은 법적 절차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8. 이상에서 본 이유로 위 결론에 찬성한다. 성과 본의 변경신청을 할 때 청구원인을 어떻게 구성하여야 하는가 하는 점, 비전문가들의 법적 절차에 대한 몰이해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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