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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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위한 5분 법률강의 (왜 법률은 종종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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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을 위한 5분 법률강의

(왜 법률은 종종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는가?)

● 일반인이 생각한 법적 정의와 판결은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히 알아보자

1. 정의(正義)는 ‘상대적’이며 ‘주관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부부싸움을 하면서 서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고 보자. 남편이 생각하는 자신의 권리의 양은 왼쪽 화살표이고, 부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권리의 양은 오른쪽 화살표라고 하자. 서로 중첩된다. 상대방이 양보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살표 사진
인간은 원래 자신의 허물에 대하여는 관대하며 상대방의 허물은 크게 생각한다. 자신의 권리는 당연한 것이며 상대방의 권리는 예외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타인을 바라보기 때문에 결코 타인의 생각에 동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서로 권리를 주장하는 영역이 중첩되며 싸우게 된다.

부부싸움한 뒤 당신의 친구에게 상담해봐라. 그 친구는 거의 틀림없이 당신이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대답할 것이다. 가재는 게편이다(그러니 당신친구의 말을 듣고 배우자한테 가서 따지지 마라. 당신네 편의 증언과 판단은 치우쳐 있다). 당신 부모와 상담해봐라. 거의 대부분 상대방 배우자를 욕할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이렇게 생각하게끔 뇌구조가 짜여져 있다. 희망하는 바가 곧 정의라고 믿는다.

2. 판사는 ‘제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이렇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판단하는 판사는 제3자의 입장에서 이를 바라본다. 어느 한쪽의 편만 들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사안의 해결은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도 선례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너무 개인적인 사정을 봐줄 수가 없다.

3. 법률은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다.

판사가 분쟁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법률은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현상황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에 몸이 자라서 옷이 맞지 않게 되듯이, 사회는 항상 변해가므로 법률은 곧 맞지 않게 된다.

그리고 요즘처럼 세상이 빨리 변하는 시대에는 불과 2~3년 전의 법률도 벌써 구식이 되어서 맞지 않게 된다.

그리고 법률이 법률이 모든 상황을 다 ‘예측’해서 규정을 둘 수 가 없다. 법률을 만들때는 A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데 실제로 벌어진 사건은 A′ 또는 A′′의 상황이다. 그러므로 전혀 의외의 상황에 대하여 법률은 무기력해진다.

4. 재판은 Tennis 경기와 같다. 판사는 심판일 뿐이지 도와주지 않는다. 

일반인은 흔히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지체 높으신 판사님이 잘 알아서 판단해주시리라 믿는다. 그러나 민사재판은 Tennis 게임과 같다. 자기 책임 하에 공을 상대방 코트로 넘겨야 한다. 심판이 도와주지 않는다. 판사는 양 선수가 공을 상대방 코트안으로 잘 넘기는지 만을 본다.

원고가 서브를 넣는다. 처음부터 공을 상대방 코트로 넘기지 못하면 그걸로 게임은 끝이다(원고패소). 그런데 원고가 서비스를 잘 해서 상대방 코트로 넘기면(빌린돈 갚아라 – 차용증 제시), 피고가 이 공을 받아쳐 넘겨야 한다(그 돈은 갚았다 – 변제영수증 제시).

이렇듯 공방이 오가고 공을 상대편으로 넘기지 못하면 그 자는 패소한다. 이 Tennis공을 입증책임이라고 부르는데 증거를 대지 못하면 그걸로 진다(증거재판주의).

5. 아무리 억울해도 ‘증거’가 없으면 진다(증거재판주의).

일반인들은 자기는 하늘을 우러러 떳떳하니까 판사가 이걸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판사는 신이 아니므로 그걸 모른다. 증거를 들이대야 한다. 증거도 막연한 증거로는 안되고 누가 보더라도 ‘아항 그랬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증거여야 한다. 돈을 갚았으면 영수증을 제시해야 한다. 은행이체흔적이라도 남아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금으로 갚았다면 흔적이 안남는다. 꼼짝없이 당할 수 있다.

바로 이 증거재판주의 때문에 서민들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발생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나 사업가들은 평소 꼼꼼히 자신의 행위에 대한 증빙을 챙겨두는데 반하여, 서민들은 막연한 신뢰하에 대충 대충 일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돈을 갚았는데 (영수증 안 챙겼다고) 또 갚으라니 미칠 노릇이다.

그러나 판사도 미칠 노릇이다. 판사가 보기에는 그 서민이 ‘갚은 것 같기도 하고’ ‘안갚은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억울한 사람은 “재판장님 제가 이 땅의 주인이 맞다는 것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압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재판장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고 하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네.. 그런데 정말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있나요?”라고 되묻고 싶을 것이다.

“제가 이 땅의 주인이라는 건 동네 사람들이 다 압니다”
그러면 재판장은 또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 동네 사람들을 이 법정에 데려와 봐요. 당신 편만 데려오지 말고 중립적이어서 믿을만한 사람들로.. ”

이렇듯 증빙을 챙기는데 실패하기 때문에 서민들은 또 당한다. 하지만 이 점은 재판장도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다. 종종 판사앞에서 서민행세를 하면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재판장을 속이려 드는 사람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재판장님 제가 이런 일 가지고 거짓말 할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저 세상 그렇게 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재판장은 ‘증거’가 아니라 사람 ‘관상’을 보고 재판해야 하나?

바로 이 점 때문에 약자들이 재판에서 피해를 보는 경향이 있고 그런 관념이 형성된 것이다.

6. 과거에 만들어진 법률이 개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과거에 만들어져서 현실 상황에 맞지 않게 된 법률을 개정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국회의원들은 여러 법률안 중에서 자기 당의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법률안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키고 서민의 어려움은 가장 나중에 감안한다. 서민의 어려움과 억울한 자의 사연이 누적되어 여의도 국회에까지 전달되는 데에는 최소한 5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굳이 법률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법률규정의 문장이 허용하는 한계 내에서 사법부가 정의에 맞게끔 해석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 판결은 확정되어야 효력을 발생한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까지에는 최소한 3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혼란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자본력이 없는 회사나 개인은 그 사이를 못버티고 망해버린다.

7. 판사는 실정법을, 당사자는 자연법 또는 이상적인 법을..

법정에서 진술하는 사건 당사자 본인의 이야기 내용을 잘 들어보면 그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마땅히 그래야 할 대한민국 법률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러한 당위적인 법의 모습에는 필자도 고개를 끄덕이고 종종 판사도 ‘장래에는 그렇게 되어야 겠지요’라고 동의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판사는 과거에 만들어진 현재의 법률조항에 얽매일 수 밖에 없다. 판사는 입법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의 적용을 거부할 수 없다.

만일 판사 자신도 ’현행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느낀다면 그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수고로운 일일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 가더라도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문제가 있는 법률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한 합헌으로 결정이 난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법도 일단 태어나버리면 그 것을 없애는 데에는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마찰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당사자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와 법관의 정의는 차이가 난다. .
8.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법률’은 종종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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