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향훈
  • 변호사
  • 센트로 종합법률사무소
  • 변호사양성, 민사법, 가사법, 행정법
연락처 : 02-532-6327~8
이메일 : kimhh-lawyer@hanmail.net
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toinfinity6
주소 :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160 법률센터 405호
소개 : 저희 사무실의 업무는 재건축, 재개발분야 70%, 상속, 이혼 30%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분야는 13년의 경력을 자랑합니다. 2012. 광운대학교 건설법무대학원을 수료하였고 논문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매도청구권에

이 포스트는 1명이 in+했습니다.

미용실 서비스와 法治行政

1

미용실 서비스와 法治行政

(융통성 없는 Manual형 서비스가 고객을 힘들게 한다)

 

* 종업원들은 고객편의를 위해 사장이 만들어 놓은 매뉴얼대로만 따라서 할 뿐, 그 매뉴얼의 진정한 목적인 고객편의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표정하게 또는 억지웃음으로, 앵무새처럼 매뉴얼을 뇌까린다. 그 매뉴얼 반복에 고객은 영혼 없는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 매뉴얼을 다 읽는 것을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이 무슨 아이러니냐? 미용실, 커피숍, 전화상담시 이런 일들을 겪는다. 그 멍한 멘트를 끝까지 들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심리가 암암리에 퍼져 있다. 나는 솔직히 그 멘트를 듣기가 힘들다.

 

* 똑 같은 일이 법치행정에서도 일어난다. 공무원들은 그저 상부에서 시킨 일만 한다. 그 법률의 근본목적을 망각한채 오로지 규정과 내규 고시대로만 처리하여 자기 면피만 하려고 한다. 그 와중에 민원인들은 죽어난다. 매뉴얼 읽어대는 전화상담원이나 똑같다.

 

1. 미용실에 가면 정형화된 멘트가 나온다.

 

미용실에 가면 하는 멘트가 똑 같다. “샴푸 도와드리겠습니다.” “물 온도 괜찮으세요?” 기타 수차례 질문을 연거푸 해댄다. 손님의 특성과 분위기를 고려하여 변형시키지 않는다. 아마도 업무 매뉴얼에 그렇게 나와 있나 보다.

 

업무매뉴얼의 존재 목적은 ‘친절과 고객의 안락함’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매뉴얼 때문에 고객들은 지루하고 때로는 피곤하다. 좀 피곤해 보이는 고객에게는 눈치껏 “물 온도 차가우시면 말씀하세요”라고 하면서 샴푸를 진행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객으로부터의 “괜찮습니다”라는 질문을 기어이 받아내고 나서야 비로소 샴푸에 착수한다. 구태여 불필요한 질문을 퍼부어서 고객이 “네”, “네”를 연발하는 수고로움을 하게 하는 것은 그 매뉴얼이 당초 의도했던 바가 아니다.

 

매뉴얼대로만 하는 직원들은 판에 박은 듯 주문을 외운다. 맨날 보는 단골고객에게도 똑같은 멘트를 되풀이한다. 전혀 친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고객들은 그 주문(멘트)를 들어줌으로써, 직원들이 자기 회사에 대하여 본연의 의무(매뉴얼대로의 응대)를 다 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손님이 직원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 먹기 싫은 음식을 권유받고 먹어주는 것과 같다.

 

2. 싫은 음식을 권유받고 먹어주는 느낌

 

여러분은 싫은 음식을 권유받고 권유한 사람의 성의를 봐서 때로는 그 사람이 무안해 할까봐 먹어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때 누가 누구를 배려하는 상황이 되었나? 상대의 기호를 생각지 않고 무턱대고 음식을 들이댄 사람인가?(그는 자신이 매우 성의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가 무안해 할까봐 내키지 않는데도 한 입 먹어준 사람일까?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바뀌어 있지 않은가?

 

음식을 권유한 사람의 성의보다는 먹어주는 사람의 성의와 피곤함이 더 크다. 본말전도다.

매뉴얼의 존재목적을 잊고 형식에 집착하여 융통성 없이 서비스하면,  생동감 넘치는 미용실이 되지 않는다.

 

3. 매뉴얼의 존재목적을 감안한 융통성 있는 실행이 필요하다.

 

센스있는 미용실 직원은 내가 지난번에 무슨 차를 마셨는지 신문과 잡지를 보는 것을 즐겨하는지를 귀신 같이 알고 가져다주며, 샴푸시 ‘너무 뜨거우시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하면서 적당히 알아서 진행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런 센스와는 거리가 멀다. 90퍼센트의 직원은 (어디선가 감시하고 있을) 회사의 지배인이나 사장의 눈치를 봐가며 배운대로 대사를 읊조린다. 이제 고객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의무이행(대사 반복)을 들어주는 수단이 된다.

 

4. 전화상담원의 경우가 최고봉이다.

 

은행, 전자회사 서비스센터, 기타 전화상담원들은 정해진 멘트를 기계처럼 읽어댄다. 그 멘트들은 대개 매우 길고, 정중한 것이어서 바쁠 때는 그런 멘트 들어주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상담원의 웃음과 한숨도 다 조작되고 의도적인 것이라는 것이 뻔히 느껴진다. 물건이 고장났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하면 “애구 저런 ~ 너무 힘드셨겠어요. 고객님~!”라고 하면서 뜸을 들이는데, 이게 뭥미? 국어책 읽듯 대본을 읽는 초보배우의 발 연기를 듣는 것 같다. 진정성도 안 느껴지고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도 안 든다. 상담원도 고생이지만 나도 고생이다. 이게 다 그 융통성을 허용하지 않는 매뉴얼 때문이다.

 

고객들은 상담원의 길고 긴 멘트를 들어드려야 하며, 일이 끝나고 나면 또 상담원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OO회사 상담원 OOO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긴 멘트를 다시 들어드려야 한다. 또한 ‘고객이 전화를 끊기 전에는 먼저 끊으면 안된다는 내부규율을 직원이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고객인 내가 전화를 먼저 끊어드리는 수고로움도 잊지 않아야 한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담원의 노고를 생각해서 좀 참아주기도 하지만, 온 세상이 계속 이 모양이니 이건 뭔가 단단히 문제가 있다.

 

앉아서 전화하고 있을 상담원과는 달리 대부분의 고객들은 움직이거나 어정쩡한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통화하느라 화면이 까많게 죽어버린 자신의 스마트폰의 화면을 살려내어 통화끊기 버튼을 눌러드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상담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매뉴얼을 지키려는 상담원을 위해 내가 끊어주셔야 한다. 둘 다 이 무슨 개고생인가?

 

5. 매뉴얼은 고객이 편하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 그런데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어서야 원..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 전체에 통용되는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고, 그 매뉴얼을 각 상담원이 함부로 수정하는 것을 막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각 상담원의 임기응변을 너무 많이 허용하면 통제가 안될 것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이다. 왠만해야지 말이지..

 

그런 매뉴얼 때문에 상담원이나 고객이나 다 고생이다.

 

6. 매뉴얼인간의 원조 – 일본

 

‘일본인은 매뉴얼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단체의 규율을 워낙 잘 지키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일본국민들은 정말 고지식해서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한다. 융통성이 없다. 극단적인 예가 있다.

 

일본문화에 익숙한 어느 서양인이 일본 초밥집에 갔는데 갑자기 밥 한공기가 먹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쌀밥 한공기만 달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종업원이 자신들의 가게에서는 밥 한공기는 메뉴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답변하였다.

 

아니 초밥집에 밥이 없다니. 초밥은 쌀밥 위에 생선회를 얹어서 만드는 것 아닌가? 그래서 외국인은 계속하여 ‘이 가게는 초밥집인데 쌀밥이 없다는게 말이 되느냐?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날 위해서 특별히 밥 한공기만 달라’고 계속 요구하였다. 서빙을 하는 여자종업원은 물론 주방장까지도 ‘우리 가게의 메뉴에는 밥 한공기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서양인은 ‘초밥’을 대량 주문하였고, 그 위에 있는 생선회를 모두 걷어내고 쌀밥을 모아 한공기의 밥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면 될 것인데 왜 없다고 하느냐?’라고 했더니, 종업원은 계속하여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고 한다.

 

7. 교육도 매뉴얼이다.

 

초중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도 다 매뉴얼이다. 거기에 써 있는 말들은 이미 10년 이상 묵은 지식들이다. 검증되고 검증된 내용이지만 그러기에 더욱 더 케케묵은 지식들이다. 그걸 무슨 성경처럼 외우고 줄을 치고, 배배 꼬아서 함정문제를 만들고는 4지선다다 뭐다 해서 난리를 친다.

 

그렇게 해서 대학교 졸업하면 취직할 곳도 없다. 현실세계에 써먹자니 한참 낡았다. 매뉴얼 인간으로는 절대로 성공 못한다. 그냥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게 제격이다. 25세가 될 때까지 교육에서 배운 것은 다 매뉴얼이다.

 

8. 매뉴얼의 목표 ≠ 직원의 목표

 

회사의 업무매뉴얼의 목적은 고객에 대한 친절과 배려이다. 그러나 바로 그것을 실행하는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매뉴얼 준수의무’ 때문에 진정한 고객의 배려와 친절로부터 멀어진다. 회사의 지향점은 ‘고객에 대한 배려’이지만, 직원들이 추구하는 바는 ‘회사 내에서 살아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 때문에 바로 고객들이 불편을 감수하게 된다. 그 결과 뻔한 서비스에 식상한 고객이 떠나 회사는 힘들어지고 결국 직원들도 힘들어진다.

 

9. 법률도 매뉴얼이다.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법률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하라는 일종의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대로 하면 국민이 편해진단다. 그런데 이 매뉴얼이 사람잡는다. 법률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당초 그 법률이 제정된 목적은 잊는다.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 기계적으로 적용해야 감사에서 지적을 받지 않고 본인의 자리가 보전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해석이 애매할 때에는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하는 쪽으로 법을 해석한다. 직무감사에 걸리지 않고 징계를 받지 않는 쪽으로 집행한다.

 

10. 법률의 제정목적 ≠ 집행하는 공무원의 지향점

 

법집행을 하는 공무원에게 있어서 법률이란 ‘자신의 직위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국가에 대하여 이행하여야 하는 규범’이 된다. 국민의 복리증진은 부차적이다. 직무감사에서 걸리지 않을 만큼 공무원으로서의 직분을 다했느냐가 그들에게 중요하다. 그들도 개인으로서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이니 인간적으로 이해는 된다. 하지만 법집행에서 일체의 융통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고 이 과정에서 억울한 국민이 양산이 된다.

 

이렇듯 법률의 당초 제정목적과 이를 집행하는 공무원의 지향점이 달라서 억울한 자가 생긴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공무원에게 지나치게 자의적인 법해석 권한을 줄 수도 없을 것이다. 법률이란 모든 사람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어야지 고무줄처럼 늘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정도의 문제이다. 왠 만한 것은 융통성과 법의 취지 및 해당 사례의 구체적 상황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 애당초 그 법률은 국민을 엿 먹일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은 구체적 타당성 보다는 통일적 적용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이야기인 것 같다. 요즘처럼 경제와 사회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국회의 법률개정을 기다리기에는 틈새에 끼어서 신음하는 개인과 기업의 희생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당초 그 법은 그런 용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어찌 어찌하여 글자 그대로 해석하다 보니 국민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게 된다. 공무원이 보기에도 민원을 호소하는 국민의 처지가 이해가 되지만 하급공무원인 자신으로서는 법률을 고무줄처럼 늘려서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공무원 자신의 이익(감사지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부의 공무원도 그렇지만 최종적인 법률해석을 하는 사법부도 이러한 고루한 해석에서 못 벗어나는 것 같다. 법률의 문언이 현실세계와 너무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굳이 법률개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가급적 전향적인 법률해석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사법적극주의를 지지한다.

 

법률은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일단 만들어진 순간 글자 그대로 해석해야 하고 통일적으로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 융통성이 허락되지 않는다. 여기서 또 매뉴얼의 역설이 나온다. 그놈의 구식 매뉴얼(구식 법률) 때문에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침해되는 것이다.

 

미용실이나 전화상담의 경우는 그냥 넘어갈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런 미묘한 불일치가 법률에서 발생하면 한 사람의 인생과 재산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2014. 11. 24

 

김향훈 kimhh-lawyer@daum.net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