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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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연금 개혁과 소급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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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연금 개혁과 소급입법

     

    공무원연금 개혁논의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면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어 언론지상을 뒤덮고 있다. 누적적자가 9조8000억원에 달하는 세금 먹는 하마라는 혹평을 듣는 공무원연금, 국가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공적연금의 불균형한 수급구조와 급속한 고령화 등 인구 환경적 변화로 공적연금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논의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특히 현행 방식의 공무원연금 제도가 적자에 허덕이다가 결국에는 고갈될 것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여당인 새누리당이 ‘하후상박(下厚上薄)’ 방식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도입하고, 연금 지급 시기를 순차적으로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등의 내용이라면서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다가 새누리당은 발의자로 소속 의원 15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위 개혁안의 타당성을 떠나 일각에서는 개혁안이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소급입법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의 일부 법조인 출신 의원은 “우리나라 헌법은 직업 공무원 제도에 따라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토록 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연금 수급권에 제한을 가하려면 공무원을 상대로 동의에 가까운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공무원연금 개혁 강행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제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분보장은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안심하고 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령이 정한 바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면직·휴직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신분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위 헌법규정에 위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논의하지 않기로 한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하여야 하고, 개정법은 현행법에 비해서 공무원연금의 수령시기와 수령액에 있어서 불이익을 입게 되므로 우리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소급입법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헌법에서 소급입법을 금지하는 이유는 법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평온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질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안정적인 질서는 이미 이루어진 질서가 함부로 파괴되거나 바뀌지 않아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헌법에서는 이러한 보장을 위해 법률의 소급효를 금지하고 있고,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함에 있어서도 소급입법을 금지한다. 즉 헌법 제13조에서는 “①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②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③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소급입법 금지(遡及立法 禁止, ex post facto law)의 원칙은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함에 있어서 소급하여 제정하거나 개정하기 전의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입법원칙을 말한다. 소급입법은 법치주의 원리에 위배됨은 물론,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쳐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법이 구법보다 당사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이 원칙이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

     

    흔히, 소급입법은 새로운 입법으로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케 하는 진정소급입법(眞正遡及立法)과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케 하는 부진정소급입법(不眞正遡及立法)으로 나눌 수 있다.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우리 법제 하에서는 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반면,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예외적으로 금지된다고 한다. 우리 대법원도, “기존의 법에 의하여 이미 형성된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 의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인 데 반하여,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를 요구하는 개인보호의 사유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그 범위에 제한이 가하여지는 것이다. 또한,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그 법률의 효력발생 전에 완성된 요건사실에 대하여 당해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계속 중인 사실이나 그 이후에 발생한 요건사실에 대한 법률적용까지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3. 4. 26. 선고 81누423 판결, 2007. 10. 1. 선고 2005두5390 판결 등)”라고 하여 같은 입장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은 헌법재판소의 재판에 있어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헌법재파소 1995. 10. 26. 선고 94헌바12결정 등).

     

    진정소급입법에 대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새로운 입법으로 이기존의 법에 의하여 형성되어 이미 굳어진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안정성을 내용을 하는 법치국가원리에 의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며,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로는 일반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웠거나 하여 보호할만한 신뢰의 이익이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헌법재판소 1998. 9. 30. 선고 97헌바38 결정).”고 함으로써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소급입법을 허용한다.

     

    반면, 부진정소급입법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세 및 이를 본세로 하는 농어촌특별세의 과세기간 진행 중에 개정, 시행된 법을 과세기간 개시일에 소급하여 적용토록 하고 있으므로 이른바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할 뿐, 새로운 입법으로 이미 종료된 과거에 소급하여 과세하는 진정소급입법이라 할 수 없으므로 입법방식 그 자체로 헌법 제13조 제2항이나 소급과세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는 할 수 없다(1998. 11. 26.ᅠ선고ᅠ97헌바58 결정)”면서 “부진정소급입법에 대하여는 법치국가원리에서 도출되는 신뢰보호원칙의 요청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검토되어야 하고, 신뢰보호원칙의 위반여부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입법을 통해 실현코자 하는 공익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ᅠ1995. 10. 26.ᅠ선고ᅠ94헌바12 결정)”고 함으로써 부진정소급입법에 대해서는 곧바로 헌법 1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법치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서 위헌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는(1995. 10. 26.ᅠ선고ᅠ94헌바12 결정), “세법에 있어 과세연도 도중에 세법이 개정된 경우 이를 부진정소급입법으로 나누는 척도는 개념상으로는 쉽게 구분되나 사실상 질적 구분이 아닌 양적 구분으로, 단순히 법기술적 차원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로서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어려우므로 종전의 구분을 유지하도록 한다”면서 “다만 부진정소급입법에 속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과거에 시작된 구성요건 사항에 대한 신뢰는 더 보호될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신뢰보호의 원칙에 대한 심사가 장래입법에 비해서보다는 일반적으로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함으로써 양적구분이 가능한 부진정소급입법의 경우에는 더 큰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공무원연금 개혁안으로 돌아와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이미 퇴직을 하고 공무원연금 수급요건을 갖추어 현행법에 따라서 연금을 수령(또는 수령예정)하고 있는 경우 그 금액을 제한할 수 있는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경우에는 헌법 제13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소급입법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아직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장래에 수령할 연금액이 줄어들게 되는 문제가 있지만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므로 헌법 제13조 위반은 아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신회보호의 원칙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어느 경우에나 목적의 공공성, 내용의 합리성, 방식의 공평성이라는 3가지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위헌성의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2조원의 비용이 필요하고 올해의 경우 2조 5천억원의 세금이 투입된다고 한다. 또한 2022년에는 누적적자가 무려 4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내는 돈은 늘리고 받는 돈은 줄이겠다”는 방식의 개혁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 상태로 방치된다면 국가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올 것임은 물론 종국에는 공무원연금제도를 유지할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의 공공성은 충분히 담보된다고 본다. 또한 공무원연금의 수령액이 국민연금 등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낮게(내는 돈을 비교해서) 책정되지 않아야 한다. 고급공무원과 하급공무원을 비교해서 일률적으로 똑같은 비율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연금이 갖는 퇴직 후의 생활안정이라는 측면에서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조금만 낮추어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상되는 비율이 수령하는 급료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거나 또한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도여서는 안된다. 이러한 점들을 검토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목적이 공공에 부합하는지, 그 내용이 합리성을 갖추고 있는지, 개혁의 방식이 공평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검토해서 위헌여부가 판단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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