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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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그 한계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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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그 한계는 없는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존경하는 국회의원들의 동업자 정신으로 뭉쳐진 끈끈한 의리,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제식구 감싸기로 국회의원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설마 했던 국민들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다. 제헌국회부터 지금의 19대 국회까지 제출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모두 56건이고, 그 중에서 13건은 부결됐고, 24건은 처리 시한을 넘겨 아예 본회의 표결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폐기됨으로써 체포동의안 3건 중 2건이 국회의 방탄벽을 뚫지 못한 셈이다. 15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던 16대 국회에서는 부결 건수도 7건으로 가장 많았고, 폐기 6건, 철회 2건으로 체포동의안이 단 한 건도 가결되지 못했다. 12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15대 국회에서는 부결 건수가 1건에 그쳤지만 나머지 11건이 모두 폐기됨으로써 한 건도 가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는 9건의 체포동의안 중 3건(박주선, 현영희, 이석기)이 가결되었고, 2건(정두언, 송광호)이 부결되었으며, 나머지 4건 중 3건도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을 넘겨 폐기된 상태라고 한다. 이처럼 회기중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어도 부결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보니 동료의원의 구속을 막기 위해서 임시회를 개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여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듣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한계가 없는 무소불위의 권리인가?

     

    헌법 제44조에서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제1항). 국회의원이 회기 전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제2항).”라고 불체포특권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4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면책특권과 함께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이러한 특권은 헌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지만 국민전체의 대표기관으로서 그 직책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유에서 합리성 있는 차별로 해석되어 왔다.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개인의 특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대의활동을 보장하기 위하여 자주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 특권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회의원 개인이 이 특권을 포기면서 자발적으로 수사기관의 구금 또는 체포에 응하겠다고 하더라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불체포특권은 영국 하원이 절대왕정 시대에 군주의 전횡에 대항하면서 인정받은 것으로 1603년 의회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에서 최초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가 미국헌법에서 이를 수용하였고, 근대에 들어와서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행정부의 부당한 억압과 간섭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신분을 보장함으로써 국회의 자주적 활동과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써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에는 반역죄, 치안방해죄 등에서는 예외를 두고 있고, 영국의 경우에도 제한적 범위 내에서만 인정하고 있으며, 일본은 국회법에서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나 노르웨이는 아예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 있어서는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으며, 또한 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제한적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아마도 행정부로부터 의회가 탄압을 받는 경우가 없어져가고 있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의회권력이 확대되는 마당에 불체포특권이 남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불체포특권이 지나치게 남용되어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서 체포를 막기 위해 소속당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열어 불체포특권 뒤에 국회의원을 숨겨주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어떤 범죄에 혐의가 있어 체포하려고 해도 국회가 열리고 있으면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할 수 없는 헌법규정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회기가 열리는 국회를 방탄국회라 한다. 그동안 우리 헌정사에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개인비리로 수사를 받고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 하면 방탄국회를 여는 경우가 자주 있었고, 또한 국회의 표결을 통해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시간을 흘려 의안 자체가 폐기되도록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방탄국회가 여론의 지탄을 받자 최근에는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서 다시 고질적인 관행이 반복된 것이다. 국민들의 여론이 조금만 방심하는 것으로 보이면 언제든지 방탄국회를 통해서 국회의원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다. 여든 야든 누구를 특정해서 나무랄 이유도 없다. 특권 앞에서는 똑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비리를 저지르고도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서 구속이나 체포를 면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처럼 여전히 국회의 자율에 맡겨둘 경우 여전히 그 남용의 가능성은 크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받을 필요가 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헌법 개정을 통해서 불체포특권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지난 5월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징역 5년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불체포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징역 5년을 기준으로 적용범위를 나누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합리성도 없어 보인다. 또한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정신, 더욱이 우리와 같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서 국회의 권한행사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태에서는 그러한 규정형식은 여전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악용의 가능성이 큰 사상범죄의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정신을 몰각시킬 위험이 있다.

     

    불체포특권이 헌법에서 보장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일반법률로 그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여지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비리의 경우에도 불체포특권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된다면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근본 취지를 벗어나게 된다. 그 합리적인 방법은 없을까? 우선 헌법의 하위규범인 법률로써 불체포특권을 폐지하는 것은 당연히 위헌이다. 특정의 범죄를 나열해서 불체포특권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그 남용의 여지가 크고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정신을 몰각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국회법의 개정을 통하여 체포동의안에 대하여는 기명투표를 하도록 함으로써 불체포동의안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악용의 필요성이 적은 재산범죄, 뇌물죄 등 개인비리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 필요하다. 비록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체포특권에 어떠한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개인비리까지 적용되어 특권 뒤에 숨는 것은 헌법규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의 하위법인 일반법률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이 성숙된 사회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이라 하더라도 그 한계를 알고 범위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러한 정도의 성숙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 매번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질 때마다 방탄국회로 여론이 들끓고, 여론이 조금만 잠잠해지면 곧바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다시 불체포동의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가 잠잠해 진다. 19대 국회에 들어와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경험이 있었고 또 19대 국회 들어오면서 국회 스스로도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이야기를 반복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러한 국회를 믿고 방심하고 있다가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는 강펀치를 맞은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악폐를 개선해야 한다. 예전처럼 행정부가 국회를 농락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국회의원이 그의 특권을 악용해서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방해하는 사례까지 자주 발생하지 않는가? 개인비리를 저지르고도 이러한 특권 뒤에 숨는 추악한 모습이 반복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국회의원들의 현란한 구호는 특권의 남용으로 되돌아 왔다. 이제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헌법을 개정하거나 법률의 제정을 통해서라도 방탄국회가 열리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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