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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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와 과실상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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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와 과실상계

    지난 금요일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축제’ 축하공연이 진행되던 중 근처에 있는 환풍구가 붕괴되면서 관람객 27명이 지하 4층 20m 아래로 추락해 이 가운데 16명이 숨지고, 11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유명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환풍구 덮개 위로 올라갔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환풍구 덮개 창이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공연장에 들어와서 관람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와는 그 양상이 다르다. 야외 공연장이었고 주변 시설 어느 곳에서나 관람이 가능한 상태였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이 예견되었기 때문에 주변에 위험한 장소가 있는지를 사전에 철저히 살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안전요원을 미리서 배치하여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을 시시각각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에 대해서 누가 배상하여야 하는가? 우선적으로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함께 행사를 주관하거나 협력하는 단체가 있을 경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한 환풍구를 관리하는 건물주의 경우에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과실상계의 문제가 검토된다.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고의(자기 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임을 알고도 하는 행위) 또는 과실(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는 행위)이라는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고, 가해행위가 법질서에 반하는 것이어야 하며, 가해자가 일정한 판단능력(책임능력)이 있어야 하고, 가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어야 한다. 이처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경우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 과실의 정도에 따라 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의 여부 또는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반드시 참작해야 하는데 이를 과실상계(過失相計)라 한다(민법 제396조, 제763조). 과실상계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에만 인정된다. 따라서 본래 정해진 급부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과실상계가 문제될 이유가 없고, 또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해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과실상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과실상계가 인정되는 경우 가해자의 과실과 피해자의 과실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인가? 이에 대하여 우리 판례는, “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으로서,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며,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가해자의 과실이 의무위반의 강력한 과실임에 반하여 과실상계에 있어서 과실이란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부주의까지를 가리키는 것이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1다58269 판결)”라고 하여 피해자의 과실을 낮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피해자의 과실이 가해자의 과실정도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손해액을 결정함에 있어서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와 관련하여 검토되는 과실은 어떤 것일까? 우선 가해자 측에서는 주위에 위험물질이나 시설이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해서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운집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거기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고를 예견하고 방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관람이 예상되는 가능지역을 검토하고 위험한 시설이 있는지 살펴야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경우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피해자들의 경우에도 환풍기의 덮개가 사람이 지나다니는 일반 도로에 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을 구별해야 할 것이며, 덮개 시설이 견고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임시적인 것에 불과한지의 구별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피해자들이 초중등학생이 아니라 성인일 경우에는 더 큰 주의의무가 필요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오르내리는 장소가 아닌 경우에는 피해들에게 더 큰 책임이 뒤따른다. 또한 출입금지, 접근금지 등 위험시설의 표시가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책임의 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장이 허용되는 곳인지, 그렇지 않는 곳인지, 유료관람의 경우에는 관람료를 낸 것인지의 여부도 과실상계에 있어서 고려사항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검토해 보면 환풍구 덮개가 도로나 길가가 아닌 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높이 설치된 곳에 올라가야 하며, 또한 덮개 시설이 그렇게 견고하게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더욱이 수십명이 한꺼번에 올라갈 경우에는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이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고 보여지므로 피해자들의 과실이 상당히 무겁게 인정될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안전은 최우선의 과제이다. 어느 한사람, 또는 어느 일방에게만 안전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생활의 편리한 만큼 위험시설의 증대로 인해서 안전의무 또한 더 크게 요구되고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정성을 생활화해서 조그마한 사건이라도 미리 예견하고 방지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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