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장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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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이 여성 또는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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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게제용2

    - 간성(인터섹스) 성별정정 허가 결정 -

     

    내 머릿속에 LGBT에서 LGBTI로 인식되기 까지 

    2013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가결정이 알려진 이후, 공감 사무실로 성전환자 성별정정과 관련한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 어느 날, 자신의 지인 중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서 성별정정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를 묻는 상담전화가 왔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의뢰한 분은 성전환자(트랜스젠더)가 아닌 간성(인터섹스)에 해당하는 분이었다. 여성가성반음양으로 성염색체는 XX이지만 남성호르몬이 과다분비 되어 어린 시절부터 남성화가 진행이 되어 신체외관상으로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법적 성별이 여성으로 되어 있어서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2006년에 혼자서 성별정정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잘 안되어서 포기하고 있다가, 서울서부지방법원 결정이 언론에 난 것을 보고 용기를 내서 공감에 연락해 온 것이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사람은 세상에 혼자뿐이라고 생각하며 40여 년 동안 제도적, 사회적 장벽 속에서 숨죽여 살아왔다.

    신청 대리를 맡기로 한 나 역시 간성(인터섹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간성(인터섹스)의 정의와 분류를 이해하는데, 의학적 이해도 필요했고, 간성(인터섹스) 당사자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는 이 사건 신청당사자와의 면담뿐만 아니라, 작년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했던 다큐멘터리 Intersexion(두 개이지 않은 성)을 보고 나서였다. 이 영화에 출연한 간성인들 중에는 자신을 여성 또는 남성으로 정체화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굳이 여성 또는 남성 중의 하나에 속한다고 정체화하지 않고,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간성으로 커밍아웃하는 활동가들도 있었다. 그리고 간성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나 의사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성기수술에 대한 고통에 관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 고문특별보고관은 2013년 보고서를 통해서 간성 아동에 대한 자기 동의 없는 성 할당 수술이 유엔 고문방지협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고문 등에 해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간성 성별정정 허가기준의 부재 그리고 OO지원의 허가결정

    간성인의 경우에는 대법원 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위 지침의 엄격한 요건에 비하여 수월하게 허가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법원은 간성인에 대한 성별정정 허가기준의 부재로 인하여 사실상 위 지침을 준용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신청인에게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이 떨어졌고, 신체외관과 법적 성별의 불일치 때문에 병원에서의 수치스러운 경험이 많았던 신청인은 병원에 가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했는데, 다행히도 성소수자 친화적인 마포의료생협에서 진단을 받아서 법원의 보정명령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있었다.

    당사자심문기일에서도 판사는 성전환자 성별정정 사건도 다뤄본 적이 없다면서 당사자에 대한 심문 보다는 대리인인 내게 법리적인 질문들을 많이 하였고, 이 사건에 대해서 고민이 더 필요하다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린 끝에 지난 9월, OO지원은 이 사건 신청인의 법적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고민이 남는다. 한국의 현행법 체계는 모든 사람이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에 속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신청인과 같은 간성인들은 자신의 존재와 제도의 불일치로 인하여 오랫동안 고통받아왔다. 신청인 모든 사람이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사회적 고정관념 속에서 현재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 신체외관, 젠더정체성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신청을 통해서 법적 남성으로 성별정정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간성인들에 대한 제도적 최선일까. 모든 사람이 여성 또는 남성에 해당한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간성인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신체변형을 요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폭력이 아닐까. 논의의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Intersexion(두 개이지 않은 성)을 권하고 싶다.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http://withgonggam.tistory.com/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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