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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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치와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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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월 윤달이 있어서 추석이 빨라졌다. 그런 만큼 올해는 코스모스에서 국화까지 가을이 길다고 한다. 사색의 계절이 길면 사람들의 생각도 깊어져 성숙한 사회로 가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학계나 법조계 나아가 법률안을 심의하는 국회까지 깊은 성찰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불리는 국회법 제85조의2는 2012년 5월 18대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해머, 전기톱, 주먹다짐, 날치기’ 등으로 얼룩진 18대를 반성하고 향후 그러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신설한 조항이다. 헌법 제49조에 정하여져 있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단순 과반수 결의’를 더 강화하여 5분의 3 이상의 ‘가중 다수결’을 요구하였다. 즉, 국회의석의 60% 이상을 차지하지 않으면,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국회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에서 여야간 논란이 있는 쟁점 법안을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여 처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사실 국회에서 국민에게 보여준 ‘해머, 전기톱, 주먹다짐, 날치기’ 등에 문제의 핵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다수결원칙과 소수자 보호, 의회민주주의, 입법에 의한 법치주의의의 전당이라고 할 국회에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다 보면 싸움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긴급하게 처리하여야 할 사안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일부 정치적 쟁점에 관한 극심한 대립으로 정치성이 약한 민생법안까지도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있다. 물론 그것도 소수당의 의사관철수단으로 작용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미루어 두다가 처리시한과 여론의 등에 떠밀려 한꺼번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은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당시 18대 국회 입법기가 끝나면서 무려 수백건의 법률안이 입법기 종료에 의한 자동폐기를 당했다. 4·11총선 후 19대 국회에 와서 처리된 법률안 역시 많이 줄어들었다. 나아가 올해는 몇 개월째 법안처리 ‘0’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여야의 극명한 견해 차이로 다른 법률안에 대한 심의조차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입법기가 종료되면 법률안은 폐기된다. 예산 문제에 대하여는 비상대비책을 두었다. 국회법 제85조의3에 따르면 새해 예산안이 11월 30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의가 완료되지 못할 때 12월 1일자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자동으로 부의된다고 하여 결산 심사와 예산 승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한에 쫓겨 깊이 있는 심사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요약하면 시간이 지나면 법률안은 폐기되고, 국정감사는 흐지부지되고, 예산안은 자동부의 된다.

    입법의 지연과 자동폐기, 국정감사권과 예산심사권과 같은 국정 통제의 부실이 계속되는 한 국회선진화는 고사하고 대의제 의회에서 만든 법치주의라는 기본적인 틀마저도 흔들려 ‘법치보다는 방치’라는 오명과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일을 제대로 하느냐 그냥 시간을 보내느냐를 두고 고민하고 성찰하여야 할 문제를 단순 다수결이냐 가중 다수결이냐의 문제로 풀려고 하는 발상은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다.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일을 중심으로 뭉쳐서 일을 풀어나감으로써 방치가 아닌 법치의 코스모스를 피우는 가을이기를 기원한다.

     

    ◊ 이 글은 2014년 9월 25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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