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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 자식, 그리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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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경력 있는 유명 라디오 여성 DJ가 한 말이 있다 “지금도 전 배우자를 떠올리면 자다가도 벌떡 깬다.” 이혼은 불행했던 결혼만큼 이후의 삶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지난 지방단체장선거는 교육감 선거와 함께 치러졌다. 단체장 선거의 열기에 교육감 선거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약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감 자리는 그 상징성 때문에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사활을 건 격전지가 되어 왔다. 고승덕 후보의 돌풍은 매서웠다. 3대 고시를 패스한 영재, 전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전력 등으로 초반부터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켰다. 교육계에 몸 담은 적이 없다는 점은 오히려 신선하게 유권자를 자극했다. 그러나 선거 직전 일이 터졌다. “고 후보는 자식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로서 교육감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친딸이 올린 글이 SNS에 올랐다. 고 후보가 이혼한 후 전처와의 사이에 태어난 자식들을 방기(放棄)했다는 내용이었다. 고 후보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1, 2위를 각축하던 보수 후보 두 사람이 “정치 공작”, “패륜” 운운하며 난투극을 벌이는 사이, 진보 후보였던 조희연씨의 아들은 “나의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결과는 무명에 가까운 조 후보가 7조 40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서울시 교육감의 자리에 당선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선거가 끝난 뒤 어려움을 겪었다. 윤일병 사망 사건 이후 온 국민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한 병사가 후배들을 구타하고 성추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뒤늦게 그 사병이 남 지사의 아들로 밝혀졌다. 남 지사는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 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언론의 일각에서 사건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남 지사가 최근 이혼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남 지사 아들의 비행이 불행한 가정사 때문이 아닌가 하는 동정론이 일었다. 일부 국민은 왜 자식이 편하게 군 생활을 마칠 때까지 이혼을 미루지 못 했는지 안타까워했다. 잠룡으로 거론되던 남 지사가 입은 정치적 타격은 지대하다.

    최근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을 지속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이른바 세월호 정국의 뇌관이었다. 단식투쟁으로 신체적 한계가 극도에 다다를 즈음 유민양의 외삼촌이란 사람이 “이혼 후 두 딸의 양육에 관심이 없었던 유민 아빠의 현재 모습이 부자연스럽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보수 언론이 여기에 편승하여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김영오씨는 세월호 참사 직전 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는가 하면, 자신의 급여 통장의 내역도 밝혀야 했다. 그 무렵 김영오씨는 단식을 중단했다. 주위의 간곡한 설득 못지 않게 순탄치 못한 가정사가 공개된 점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이혼남(?)들의 수난사를 보면, 이혼이 우리에게 보기 드문 현상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앞에서 예로 든 분들이 모두 한국 사회의 중추세력을 대표하는 40~50대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예로부터 결혼을 인륜지대사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혼도 인륜지대사가 되었다. 갈라선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돌보아야 할 부모의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더라도 상처받은 자식들을 생각해야 한다. 가급적 이혼도 ‘세련’되게 하고, 그 이후에도 자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충실해야 한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불문, 누구든 전처 소생에게 잘 못했다가 경을 친다. 한 마디로 “팍!, 끝~”이다. 잔혹사는 ‘깐죽거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의도거리에서도, 강남거리에서도 꽈리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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