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명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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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헌법적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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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101001_640새로 변호사개업을 하여 사건을 수임하면서 의뢰인에게 수임료의 10%(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받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변호사의 송무에 무슨 부가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국가가 소송제도와 강제력을 독점한 상황에서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국민들이 세금까지 따로 내면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법치주의를 통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각종 사회적 분쟁에 대한 법적 해결은 필수적인 것이고, 국민의 모든 중요한 생활관계를 규율하고 私益을 공동체의 公益으로 조화시키는 공동체의 존재목적상 법적 분쟁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분쟁을 중립적인 제3자인 국가기관에 의하여 공정한 절차로써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존재 의의이다. 국가의 재판권은 원래부터 국가 통치작용의 중요한 구성요소였으며, 국가의 권위는 독점적 재판권을 가진 것에서 비롯된다. 오늘날의 복잡한 법적 네크워크에서 일반 국민들은 변호사의 도움을 필수적으로 요청하게 되며, 이는 헌법재판소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거의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것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특히 형사소송, 행정소송, 헌법소송에서 신체의 자유나 법적 권리, 혹은 근본적인 자유와 기본권을 제약당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다투는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다투려면 변호사 선임시 비용의 10% 세금을 내라는 것은 국가의 역할과 의무에 조화되기 어렵다. 부가세의 납부 주체가 변호사라는 것만으로는 변호사비용에 10%의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변경시킬 수 없다.

    변호사도 하나의 서비스업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국가의 소송제도의 본질, 그리고 우리 법제상 변호사에 대한 강화된 공적 성격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제1조). 이는 변호사의 사명이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나아가 변호사를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 규정함으로써(제2조) 그 직무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품위유지의무(제24조), 회칙준수의무(제25조)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함은 물론, 일정한 경우의 수임제한(제31조), 겸직제한(제38조) 등의 통제를 가하는 동시에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징계처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제91조).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변호사에게 법률가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성과 직업적 윤리성을 함께 요청하고 있다.

    변호사업무의 이러한 공공성은 변리사법, 관세사법, 공인회계사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며, 세무사법이 정한 ‘공공성’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양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1977년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것은 ‘간접세제의 간소화, 수출촉진, 투자촉진 및 간접세의 중립성 유지’ 때문이었다. 변호사업무에 대한 부가가치세가 그러한 입법취지와 무관한 것임은 명백하다. 1999년부터 조세정책적으로 변호사용역에 대해서 과세되기 시작하였으나, 이것이 위와 같은 소송제도의 본질과 변호사법 규정을 감안한 정책인지, 다른 직역과 구분되는 변호사의 공익적 역할을 제대로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다.

    국민들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행위는 일반 ‘소비행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부가가치세가 지닌 ‘조세부담의 역진성’은 차치하고라도, 국가의 재판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에게 다른 소비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률적인 세금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 의료나 사교육 업무에 부가가치세가 면세된다면 국가의 본질적 업무인 재판작용에 관여하는 업무의 공공성은 그보다 덜 한 것인가. 극단적인 경우 국가기관의 부당한 행위로 인한 국민의 피해 구제에 국가가 세금을 물리면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정당한가.

    변호사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주장이 ‘직역 이기주의’로 취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점은 변호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송을 하거나 당하는 국민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종전의(2005년도) 변호사협회의 입법개선 노력은 미흡한 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한 법제도의 개선은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국가의 소송제도의 본질과 헌법상 기본권의 보장 및 법률(변호사법)이 부여하고 있는 변호사업무의 공공성에 기초하여야 할 것이다. 경제학적, 조세학적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재판청구권, 재산권 등 기본권의 입장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즉,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국민의 실체적, 절차적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이다.

    따라서 기본권행사에 세금을 물리는 정책은 과잉금지 원칙을 통과할 정도로 중대한 정책적 필요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의 탈세를 막기 위하여 부가가치세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거는 오늘날의 강화된 세원파악 장치를 고려할 때 부적절하고, 정당화사유가 못된다. 노르웨이, 벨기에, 아일랜드에서 변호사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면세되고 있다면, 입헌주의와 기본권이 매우 강조되는 우리나라에서 더욱 그러하여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한 국고수입의 상실 문제는 기본권적 가치에 우선할 수 없다.

    변호사협회가 국민들의 재판청구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부가가치세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고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개선입법의 추진과 별도로, 입법에 대한 위헌확인을 헌법재판소에 구하는 방안도 모색해 보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법률신문에 2014. 9. 1. 법조광장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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