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최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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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에서 법으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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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미국 연방지방법에서 이한탁 씨가 25년 만에 딸을 방화살인한 혐의에 대하여 사실상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주 1심법원 재판 때부터 피고인이 억울함을 호소했는데도 검사가 신청한 전문가 증언이 그대로 채택되어 배심원으로부터 유죄평결이 내려졌다. 이에 피고인이 검사가 제출한 과학적 증거가 잘못되었다는 취지의 다른 전문가 인증진술서를 제출하였으나 피고인에게 그대로 종신형이 선고되었고, 주 항소법원과 주 대법원에서 그 결론이 유지되었다. 피고인이 연방지방법원에 신청한 인신보호영장은 기각되었으나, 2012년 제3순회 항소법원에서 피고인의 항소가 받아들여졌다. 위 판결에 따라 연방지방법원에서 증거심리 속개 후 예심판사인 마틴 칼슨(Martin C. Carlson)이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일 것을 권고하였고, 연방판사인 윌리엄 닐런(William J. Nealon)이 이를 수용하여 과거 판결을 무효화하고 검사로 하여금 120일 이내에 다시 기소하거나 아니면 석방할 것을 명령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재판이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지난 해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절차에서 23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것을 보면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요즘 재판을 하면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과학적, 기술적 증거가 다투어지는 사건이다. 비전문가인 법관이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의 재판에서 실체 진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고, 감정절차와 관련하여 불만이 제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우리가 현재 과학적이라고 믿는 것들이 세월이 지나고 나면 엉터리로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선 사례에서 칼슨 판사는 의견서 초두에 ‘마법에서 법으로의 진화는 느리고 고통스럽게 진행되어 왔다(Slow and painful has been man’s progress from magic to law)’는 격언을 인용하면서 이 사건이 위 격언과 딱 맞는다고 적고 있다. 재판을 하다보면 첨단 과학이나 고도의 금융 공학이 가미된 파생상품 등 그 분야의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사건들도 적지 않다. 재판 과정에서 나름대로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 후세로부터 궁예의 ‘관심법’에 따른 결론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따라서 엉터리 과학(junk science)이 법정에서 진실발견을 어렵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문가 활용 시스템의 체계적 정비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 이 글은 2014년 8월 18일자 법률신문 15면 <법대에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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