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 법학교수
  • 고려대 로스쿨
연락처 : 02-3290-1897
이메일 : phath@korea.ac.kr
홈페이지 : http://www.korealawschool.com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동 5가 1번지 고려대학교
소개 :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하태훈님의 포스트

    [ 더보기 ]

    속 보이는 병영문화 만들어야

    0

    먹고 사는 게 우선인가 인권이 먼저인가.

    좌우파로 갈릴 오래된 이념논쟁을 다시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것이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에 관한 문제다. 잘 먹고 잘 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경제를 살려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받지 못하고 죽어나지 않도록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와 민생경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간답게 대접받고 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다. 노동현장이든 학교나 군대든,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외국인 근로자든 국가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인권이 존중되도록 애써야 한다.

    안타깝게도 군대인권, 제자리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리 사회의 인권은 전반적으로 신장되다가 지난 정부 때부터 정지 상태에서 이제는 후퇴하고 있다. 대통령이 인권에 관심이 없으니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고 참담하다며 일벌백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는데, 엄히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가해병사에게 중한 형벌을 가하고 지휘관 몇 명이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사태가 아니다. 소나기 피해보자는 식으로 전시성 특별인권요육이나 인권장교 신설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벌백계(一罰百戒)란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형벌의 일반 예방적 효과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다. 형벌의 위하력(威?力)에 기대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과적이지 못하다. 엄한 처벌이 효과적이려면 집행결손이 없어야 한다. 범죄 있는 곳에 어김없이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법이 있으나 마나 하다가 가끔 일벌백계한다고 겁먹는 잠재적 범죄자는 없다. 군대 내에서 폭행·가혹행위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발각되지 않았거나 발각되었어도 처벌되지 않은 경험이 있어서 그렇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인권이라는 단어를 전혀 떠올리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인권과 인권교육을 강조했다. 그렇다. 인권교육이 먼저다. 초등학교 때부터 왕따를 당하거나 집단따돌림을 가했던 세대라서 군대에서도 왕따에 익숙하다. 심심해서 그랬다고도 한다. 같이 호흡하고 생활하는 병사가 동료나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저 심심풀이 땅콩처럼 놀림감으로 보이는 것이다. 졸병 때 당하다가도 고참이 되면 가해자로 변할 수 있는 계급질서가 인권 따위를 거추장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인권감수성이 생기고 인권이 체화되도록 교육해야 한다. 다 큰 얘들에게 몇 시간 인권 교육한다고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면 우리 인권수준은 벌써 선진국이 되었을 것이다.

    군인권이 개선되려면 당장은 투명하고 공개된 병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내무반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내무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들여야 볼 수 있어야 한다. 군사기밀이니 국가안보를 들먹이며 폐쇄적으로 감추다보면 인권침해와 부조리가 곪게 된다. 아까운 청춘이 사그라지고 나서 쳐대는 요란한 뒷북, 참으로 공허하기만 하다.

     

    ◊ 이 글은 2014년 8월 14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