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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의 시정조치제도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첫 번째 차별시정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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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고는 2001년 8월부터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모 대학의 사무직 행정주사로 입사한 4급 교직원이다. 그는 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입어 지체장애 1급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2013년 6월 학교법인의 학사지원처장이 공석이 되어 학교 정관에 따라 3급 또는 4급의 교직원이 임명되어야 했는데, 이에 해당하는 자격요건을 갖춘 직원은 원고가 유일하였다. 그런데 총장은 “학사지원처장을 교수로 제청하는 사유”라는 제목으로 원고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바, 학사지원처장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없어 교수로 학사지원처장을 제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이사회에 보냈다. 이에 이견을 제시한 다른 이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총장은 오직 원고의 장애만을 이유로 삼았을 뿐 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원고가 아닌 교수가 학사지원처장에 임명되었다.

     

    이에 공감은 원고를 대리하여 학교법인을 상대로 보직 임명에 있어서의 장애인 차별로 인한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청구와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하여 피고 학교법인에 학교법인 정관에 규정된 4급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는 직책의 후임자 심사 대상에 원고를 포함하라는 차별시정조치 판결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에 우리 민법은 금전배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금전으로 배상하는 것이다. 불법행위를 금지하거나 불법행위를 시정하는 시정조치청구(금지청구, injunction)는 그에 관한 특별한 법 규정이 없는 한 하지 못한다. 예컨대 대학에서 장애학생을 위해 필요한 편의시설(엘리베이터나 경사로 등)을 갖추어놓지 않은 경우에 장애학생은 대학의 불법행위에 대해 금전배상만 청구할 수 있을 뿐 편의시설을 설치하라는 청구는 가능하지 않았다. 이에 관한 실제 사건에서 법원은 장애학생에게 위자료로 250만 원을 인정하였을 뿐이었다. 4년 내내 부모 혹은 동기들에게 업혀 다니며 수업을 들은 불편과 수년간 법정투쟁의 수고로움을 단돈 250만 원 배상으로 끝낸 것이다. 웹 브라우저 분야에서 70퍼센트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넷스케이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우95에 끼워팔기를 하는데도 이를 막지 못한 채 결국 시장에서 쫓겨난 일도 시장에서 종종 발생한다.

     

    이처럼 피해가 있는데도 그에 관한 적절한 구제수단이 없어 개별 사건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금전배상만으로 피해회복이 불가능한 것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구제수단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권리침해가 있는 경우에 그에 관한 가장 적절한 구제수단을 인정해주어야만 권리보호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개별 사건에서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불법행위로 피해를 받은 경우에 손해배상 외에 불법행위를 금지하거나 불법행위를 시정하는 이행청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있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통한 구제는 물론 금지청구권도 인정되고 있다.

     

    장애인 차별이 있는 경우에 장애인들이 그에 대해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받도록 하기 위해 우리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 구제소송에 있어서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차별행위의 중지 등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법원이 시정조치를 명한 판결이 단 1건도 없었다.

     

    위 사건에서 학교법인은 원고를 학사지원처장에서 배제하였을 뿐 아니라 원고의 건강상태를 배려한 조치라고 하며 4급 서기관인 원고를 5급이 맡고 있는 학사운영과장 아래에서 민원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이는 원고가 원한 업무도 아니었고, 말단 직원이 담당하던 업무이어서 4급인 원고에게는 매우 부당하고 치욕적인 업무배치가 아닐 수 없었다. 학교법인이 원고를 ‘일반 사무직’이라는 명목으로 민원실에 배치한 것은 원고가 교통사고로 중증지체장애를 가지게 되었던 시기에 피고 학교법인의 직권면직에 따르지 않고 중노위 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결국 학교에 복직한 것에 대한 보복적 조치였던 것으로 보였다.

     

    법원은 2014년 7월 이 사건에 관해 피고 학교법인에게 금전배상 외에도 4급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는 직책의 후임자 심사 대상에 원고를 포함하라는 차별시정조치 판결을 내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1호 차별시정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아직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기보단 보호와 동정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이념과 같이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장애인들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구현되어야 한다. 지체장애인인 원고가 피고 학교법인의 부당한 조치로 인하여 겪어온 차별과 배제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었다. 부디 이번 차별시정판결을 계기로 원고와 같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제한·배제·분리·거부당하고, 그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하고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또한,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http://withgonggam.tistory.com/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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