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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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법에 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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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14. 5. 28. 공포되었다. 위 개정안의 주요한 내용으로 첫째, 개정법은 “누구든지”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명의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이에 위반한 경우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것이고, 둘째,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되고 있는 금융자산은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한다고 한 것이다. 의안번호 6732 안철수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 등에는 타인명의 금융거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둔 것이 있었으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안된 각 6건의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는 대신, 각 법률안의 내용을 통합하여 대안을 정무위원회안으로 제안하기로 함에 따라 법안의 내용이 조정되면서 타인명의 금융거래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만 남고 과징금 규정은 법률에 반영되지 못하였다.

    먼저, 개정법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과 같이 일반적인 금지규정을 도입한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다. 구법은 금융회사 등을 수범자로 한 실명거래의무를 부담시키고 그 위반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음에 그쳤기 때문에 정작 실명금융거래 위반자에 대한 효율적인 억지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고, 금융실명제하에서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 방법에 관한 기념비적인 판결(landmark ruling)인 대법원 2009.3.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볼 수 있는 경우를 인정했기 때문에, 다시 말해 출연자가 계좌 개설 당시부터 금융기관과 적극적으로 실명거래를 위반하기로 하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를 이루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가 예금계약서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한 구체적․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확인되는 때에는 극히 예외적으로 출연자가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론 하에서는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강제하고자 하는 법률의 제정 목적, 비자금 등을 규제하려는 규제 취지 등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원칙이 정립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대법원이 말하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또한 이러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금융거래의 실명화를 촉진할 수 있는지에 있는지에 대해 가중된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다만, 개정법은 타인명의 금융거래행위 자체를 범죄로 구성하고 위반자에 대하여 형사 처벌할 수 있는 벌칙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는 국가 형벌권을 부당하게 확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비실명거래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대응방법은 과징금의 부과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차명금융계좌의 개설 운용이 강제집행면탈이나 조세면탈의 도구로 사용된 때에는 그 구체적 행위가 형벌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이를 강제집행면탈죄나 조세범처벌법 위반죄 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처벌하면 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계좌명의인의 권리추정력에 대하여 본다. 우리 법제 하에서 권리추정력이 인정되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는, 등기의 추정력과 수표 등 소지인에게 인정되는 자격수여적 효력을 들 수 있다. 등기의 추정력은 어떤 부동산에 관하여 권리자로 등기된 자는 물권취득의 요건 중 등기를 갖추고 있으므로 그의 물권자 지위를 부정하려는 자가 물권취득의 또 다른 요건인 물권적 합의의 부존재를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고, 유가증권의 자격수여적 효력은 증권화된 권리의 양도를 간편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서 증권상 형식적 자격을 가진 자를 실질적 권리자로 추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들 추정규정은 그 추정에 합리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그러나 개정법이 규정하는 계좌명의인의 권리추정력은 이를 인정해야 하는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를 추론하기 어렵다. 금융기관이 차명금융거래와 관련된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계좌명의인에 대한 예금지급에 면책적 효력을 인정하면 족한 것이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좌명의인을 실질적 권리자로 추정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추정력을 부여함으로써 실명 금융거래가 도모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예금채권의 실체적 귀속자가 누구인지 문제된 실례로 대법원 2011.9.29. 선고 2011다47169 판결은 망인 명의로 개설된 예금채권의 귀속에 관하여, 피고(망인의 모)가 망인(피고의 딸) 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망인의 사망 후에도 예금계좌의 약정기간을 갱신한 사실을 인정하고 난 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말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망인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여 원고들(망인의 상속인)이 예금반환채권자라는 취지로 판시한 예가 있다. 이는 개정법이 추구하는 내용 즉, 계좌의 명의인은 실체적 권리자로 추정된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 판결은 예금계약 당사자 확정 문제와 예금채권의 실체적 귀속 문제를 혼동한 것일 뿐 아니라 망인은 그 자신이 예금계좌의 약정기간 갱신을 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에 반하는 것으로,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라면 피고를 예금채권의 실체적 권리자로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추측건대, 늙은 어미는 자신의 먼저 죽게 될 것으로 여기고 혹여 어미가 불시에 죽거든 은행에 여축하여 놓은 돈을 찾아 장례비에라도 써달라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늙은 어미는 먼저 간 딸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의지할 데 없는 노년의 외로움이 사무쳐, 시도 때도 없이 치받는 참척의 고통에 눈물조차 마르지 않았을까. 이제 손자들과 송사를 벌여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하였다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으니, 늙은 어미는 살아갈 무슨 희망이 남게 되었을까. 이처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권리 추정력을 법률에 규정하게 되면, 실체적 권리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용기관의 완고함(rigid, inexorable and insensate adjudication) 때문에 그의 권리를 부인당할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혹자는 계좌 개설당시의 실명확인 절차를 적법하게 마친 점에 예금채권의 적법추정이 근거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계좌 개설은 명의자와 출연자 사이에 상호 양해가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고 이후 명의자와 출연자가 대립관계에 서게 될 때 그 권리의 실체적 귀속여부를 가리는 기준으로 사용되기에는 지나치게 미흡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추정은 근거가 매우 박약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published 2014. 7. 국회보

    http://review.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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