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윤배경
  • 변호사
  • 법무법인 율현
연락처 : 02-569-5333
이메일 : bkyoon@yoolhyun.com
홈페이지 : http://www.yoolhyun.com
주소 : 서울 강남구 역삼동 708-8 세방빌딩 신관 15층
소개 :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인사청문회가 주는 교훈

    0

    박근혜 정부 들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었으나 자진 사퇴한 분이 세분에 이른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등 한결 같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분들이었으나, 막상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자리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이유는 국회의 인사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2000년 6월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하다. 반면, 청문회 이후 국회 인준은 필요 없으나, 국회소관 상임위원회가 진행하는 청문회에 참석하여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자리가 있다. 행정 각부의 장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총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한국은행 총재 등 다수다.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는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거친 다음 공직 적격 여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물론 대통령이 보고서에 법적으로 구속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론의 그물망 같은 추적과 야당의 폭로전으로 적지 않은 공직 후보자가 낙마했다. 언론이 먼저 검증의 칼날을 겨누는데 후보자의 과거 언행, 재산의 형성 과정, 본인과 자녀들의 병역 문제, 가족사, 심지어는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까지 놓치지 않는다. 야당은 여론의 향배를 보면서 청문회를 위한 칼을 갈게 된다. 험난한 인사청문회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워 보인다. 연이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와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가 꼬리를 물자 인사청문회 방식을 개선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와 같이 후보자에 대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에 급급하다 보면 후보자의 능력이나 국정 비전을 검증하는 것이 소홀해진다는 취지다. 옳은 지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사청문회 제도의 기본적인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되었다. 아직도 과도기다. 필시 낙마했던 분들 중에 투철한 국정 철학을 갖춘 유능한 인물이 있었을 것이다. 국회에서 임명동의가 부결되어 꿈을 접거나 여론에 떠밀려 사퇴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언론과 야당이 공격하는 내용이 개인의 사소한 잘못에 지나지 않거나(법인 카드의 개인적인 사용 같은 것), 사회적으로 횡행하던 일이라서 불법성을 느끼지 못하거나(주민등록의 위장 전입, 농사직불금 수령 등),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병역 면제 혹은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 같은 사안). 그분들의 입장에서 선해해 보자면, 선배나 동료들이 일상 하던 방식대로 생활해 왔던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관운(官運)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그들은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된 이후 놀라우리만큼 높아진 국민의 윤리 의식과 눈높이를 탓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짐작하건대, (적어도) 앞으로 10년간 과거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살아 왔던 50대 이후의 인사들 중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분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설적이지만 바로 여기에 희망이 있다. 낙마하는 선배들의 사례를 목도하면서 후배 공직자와 젊은 정치지망생들이 반면교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면서 자신을 절제하고 가정을 단속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정치의 산물인 인사청문회(Confirmation Hearings)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되어야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할 수 있다는 유교적 윤리를 일깨워주는 셈이다.

     

     

    ◊ 이 글은 2014년 7월 3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