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최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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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로서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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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는 과연 몇 명이나 구조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면 지금은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관련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주된 관심사인 듯하다. 판사로서 쉬운 사건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모두들 어렵고 힘들다고 느끼는 재판이 있다. 그런 재판을 맡게 되었을 때 받는 부담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 어렵다.

    필자가 처음 형사단독 재판을 맡았을 때 기억나는 사건이 몇 건 있다. 그 중에서 공사 중인 교량이 붕괴되어 근로자 10여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다른 사건에 비해 심리도 굉장히 오래 했고, 기록도 산더미 같았다. 사정상 설날 연휴 직후에 선고를 하게 되어 연휴를 몽땅 반납하고 기록과 씨름해야 했다.

    그런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몸이 힘든 것보다는 사건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일이 훨씬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주변의 동료들에게 사건에 관해 상의하고 심지어 처에게도 의견을 물어 보았지만 정작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사건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잠을 설친 때도 많았다. 밤늦은 시각 사무실 책상에 앉아 기록을 읽다 문득 기록만 열심히 본다고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초임 판사 시절 많은 지도를 해 주신 부장판사님께 전화를 하게 되었다. 그 분은 사건 개요를 들으시더니 결론은 말씀하지 않으시고 “최 판사가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 당신이 내린 결론이 맞을 거야”라고만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니 그 말씀이 왠지 모르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의 결론만 남기고 나머지 가능성에 대한 생각들을 모두 지우고 예정된 선고기일에 선고를 하였다.

    비단 10여명이 사상(死傷)한 사건도 이 정도인데 온 국민을 충격으로 빠트린 세월호 사건을 맡게 된 순간 재판부가 받게 될 부담감은 도저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판사로서 사건을 맡게 되면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아마 이번 사건을 맡게 된 재판부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사건을 적정하게 잘 마무리 지을 거라 확신한다. 일반 국민들도 그 재판의 결론만 보지 말고 재판부가 그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고뇌하고 최선을 다했는지 그 과정도 함께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글은 2014년 6월 23일자 법률신문 15면 <법대에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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