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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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총리(責任總理)와 굴신총리(屈身總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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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후보로 지명된 문창극씨가 “책임총리로서 제대로 역할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책임총리가 아니다‘라거나 ’, ‘책임총리,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과연 이 정도의 인식으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게 한다.

    우선 책임총리의 개념이 무엇이고, 왜 책임총리라는 말이 등장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이고,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임명하는 국무총리의 경우 그 권한행사에 있어서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는 분명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헌법기관이고, 또한 그 권한이 헌법에 의해서 주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대통령의 임명을 받았다 하더라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신의 권한을 분명하게 행사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이러한 국무총리를 책임총리라 한다. 국무총리는 책임총리와 그렇지 않는 총리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책임총리 하나뿐이며, 책임총리가 아니라면 이미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어서 국무총리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왜 책임총리라는 단어가 언론지상에 오르내릴까? 오랫동안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국무총리로 임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거의 얼굴마담에 그쳤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책임총리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형식적으로만 총리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 아니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총리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총리의 등장을 기대하게 된다.

    우리 헌법에서는 국무총리에 대해서 몇 개의 규정을 두고 있다.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제86조 제1항),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고(제86조 제2항), 군인은 현역을 면한 후가 아니면 국무총리로 임명될 수 없다(제86조 제3항). 또한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제87조 제1항),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제87조 제3항). 뿐만아니라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서 국무회의를 두는데(제88조 제1항),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의장이 되고, 국무총리는 부의장이 된다(제88조 제3항).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제94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제95조). 그렇기 때문에 국무총리는 행정각부의 통할권,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 국무회의 부의장이 되는 권한,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임명제청권, 총리령을 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제한된 범위내에서나마 국무총리는 헌법에서 부여받는 권한을 갖게 되는데 지금까지 이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던 국무총리가 없었기 때문에 국무총리의 임명을 앞두고 책임총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게 된다. 흔히 생각하면 책임총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나눠갖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상의 대통령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나눠줄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할 수 있기 때문에(헌법 제86조 제2항)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서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는 있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우를 예로들어 곧바로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어 준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이미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식에 의해서 국무총리가 권한을 행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임총리제의 실현은 해당 국무총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국무총리들은 자신이 부여받은 권한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단지 대통령의 얼굴마담으로 그치는 경우가 자주 있었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미미하였을 뿐이다. 국무총리의 임명때마다 언론에서 책임총리를 찾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총리, 그럼으로써 대통령의 절대권력을 간접적인 방법으로라도 견제하는 총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무총리로 지명된 문창극씨는 책임총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제하에서 책임총리가 필요하냐는 식의 답변을 함으로써 책임총리의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여망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이러한 태도는 미리서 몸을 낮추어 대통령의 충실한 신하노릇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헌법정신에도 반하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적폐를 이야기 했다. 적폐(積弊)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하는 것으로써, 세월호의 사태는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잘못된 것이 누적되다 보니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것일 뿐이라는 취지의 것이다. 이러한 변명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받아들여질지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책임총리를 실현하지 못했던 과거의 잘못이 분명 또다른 적폐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적폐를 없애서 국가를 개조하겠다는 대통령이 자신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굴신총리(屈身總理, 책임총리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단지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면서 충실한 신하노릇을 하는 총리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기로 함)부터 없애는 것이 가장 당면한 과제가 아닐까?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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