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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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워도 내야만 하는 수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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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보도로 촉발된 KBS 사태는 보도개입 의혹을 받던 길환영 사장에 대한 KBS이사회의 해임가결로 일단락되는 듯하다. 국민의 방송이어야 할 KBS가 아래로는 ‘기레기’, 위로는 ‘길비서’로 채워져 있으니 대통령의 언어를 빌리자면 ‘참 나쁜’방송이어서 ‘개조’가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해 방송하든, 시청자가 채널을 돌려 시청률이 떨어지든 한국전력에 연 수백억 원의 위탁료만 떼어주면 자동으로 어마어마한 수신료가 들어오니 방송의 질과 공정성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한 달 내내 한 번도 KBS방송을 틀지 않아도 공영방송을 유지하기 위한 준조세성격인 수신료를 내야한다. 지금 같으면 수신료를 내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시지만 그럴 수도 없다.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니 전기요금 체납으로 단전되면 다른 방송마저 볼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KBS방송을 수신하지 않아도 내야 하니 수신료라는 명칭 자체도 문제다. 전기요금과 통합 고지되면서 전기사용료처럼 느껴진다.

    최근 온라인상으로 수신료 분리징수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통합징수제도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는 당리에 따라 오락가락이다. KBS가 누구 편인가를 알려면 수신료 징수에 대한 법안발의의 주체를 보면 안다. KBS가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분리징수법안을 발의하고, 자기편이라고 생각되면 통합고지 방식은 공영방송의 안정정적 재원조달 방식이라고 옹호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한나라당은 수신료 분리징수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새정치연합의 노웅래 의원은 지난 1월 시청자의 방송 선택권을 존중하고 수신료 강제 징수를 제한하기 위해 전기사용료에 수신료를 결합해 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처럼 수신료가 공영방송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에 충당하기 위하여 TV를 소지한 특정집단에 대하여 부과되는 특별 부담금이라고 보더라도 통합징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비슷한 것 같다. 납세의무가 있는 세금을 안 냈다고 단전하지는 않는다. 분리징수를 하면 공영방송의 재원이 감소될 것이지만 이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KBS가 근본적인 개혁 없이 지금의 사태를 마무리한다면 조세저항처럼 수신료 거부운동이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성과 공익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소임을 다하라고 내는 수신료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시청자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과 정치권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구조를 깨지 않는 한 언제라도 KBS사태는 재발할 수 있다. 국민 누구나 내야하는 수신료가 그 값어치를 하려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이내 좌우 중심을 잡는 평형수가 있어야 한다. 방송사 내부의 에어포켓 같은 언론 종사자의 양심과 소명의식이 복원력을 담보하는 평형수가 될 것이다. 시청자는 그런 기대로 매달 수신료를 낸다.

     

    ◊ 이 글은 2014년 6월 12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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