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최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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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불감증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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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연수원 시절에 야간에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정지신호에 정지를 하는데 별안간 뒤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내 차가 앞으로 밀리면서 앞 차를 추돌하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개인택시가 내 차를 추돌한 사고였다. 앞 차에는 4명이 타고 있었는데 외형상 차량이 파손된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내 차량은 뒷범퍼가 도로에 떨어져 있었다. 목과 어깨가 뻐근하기는 했지만 큰 사고는 아닌 것 같아서 그날은 그냥 귀가했다. 다음날 아침 통증이 느껴져 근처 병원에서 검사를 하니 염좌 증세가 있다는 소견이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사무실로 출근을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입원을 하지 왜 출근했느냐고들 했다. 변호사 시보 기간이라서 일실수익도 변호사 월급 수준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며칠 물리치료 받으면 될 것 같아서 그냥 출근을 했다. 나중에 들으니 내 차에 받힌 앞 차에 타고 있던 4명은 모두 입원을 했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이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일으킨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엄격히 입원의 필요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입원치료가 불필요한데도 입원을 하거나 적정한 입원 치료기간을 넘겨 장기간 입원을 한 후 과다한 보험금을 받아 챙기는 사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보험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한 사례들이다.

    이러한 도덕불감증 사례는 비단 교통사고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장애인 차량에 지원되는 각종 혜택을 노리고 부정하게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한 것이 무슨 대단한 절세 전략인 양 자랑까지 하는 경우도 보았다. 범죄로 처벌해야만 뭔가 잘못을 범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인 문화다. 하지만 많은 형사사건을 처리하다보면 우리 주변에 도덕불감증 때문에 발생하는 범죄가 너무도 많다. 이런 시민의식을 가지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얘기하기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법이 형사처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국민 다수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음은 분명하다.

     

    ◊ 이 글은 2014년 6월 2일자 법률신문 15면 <법대에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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