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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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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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로 한 달 넘도록 국정 시계가 멈췄다. 온 국민이 애도 속에서 충격과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단적 트라우마’에 빠질까 봐 걱정이 된다.

    아무리 다시 보고 다시 봐도 황당하고 무기력한 ‘인재(人災)’다. 부실과 비리와 무질서로 가득 차있어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틈이 없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불법거래했다. 고도성장의 열매를 따려 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해운업의 영세성을 고려했다지만 생명과 바꿀 수는 없다. ‘서해 페리호’등 대형사고 때마다 반성도 하고 대책도 세웠다. 그것들은 어느새 망각의 안개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이후에도 지하철 열차 추돌, 신축건물 붕괴 등 재난이 계속된다. 정말 ‘위험 사회’를 넘어 ‘재앙 사회’가 될까 봐 걱정이다.

    재난을 막으려면 시스템 개선과 함께 국민 의식의 각성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생명의 안전을 위협하는 ‘안전불감증’, 국가의 안전에 무감각한 ‘안보불감증’, 사회의 기초질서를 무시하는 ‘질서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려면 나의 생명만큼 상대방의 생명도 중시하는 생명존중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공공건물의 비상구나 비행기 구명조끼 사용법은 물론 심장박동기나 소화기 사용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의 안전 못지않게 국가의 안전이 심각해지고 있다.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북한의 공격성과 각종 테러는 현존하는 위험이다. 게다가 국제적 여건마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갔던 무인비행기가 언제 미사일로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안보(human security)’와 함께 ‘국가안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사회공동체를 유지하는 데는 무엇보다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 개인이나 단체 사이에 자유와 권리의 충돌을 막으려는 불가피한 조치다. 질서는 규제의 룰(Rule)을 통한 견제와 이행의 조화 위에서 지켜진다. ‘질서를 지키면 손해다’라는 인식은 평화와 안전을 위협한다. 일상생활의 기초가 되는 보행 질서, 운전 질서를 지키고, 앞차가 늦는다고 짜증 내서는 안 된다. 질서의식이 체질화될 때 ‘평형수 배출’ 같은 제2, 제3의 세월호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개혁을 통한 불감증 치료에는 사법(司法)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직하다 할 만큼 지켜지는 선진국의 안전과 질서의 뒤에는 철저한 사법적 책임 추궁이 있었다.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사법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배상이나 형벌에 관한 법체계를 정비하고 법 집행의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

    식품이나 환경같이 안전과 직결되는 사고에 더 이상 관용은 안된다. 안전한 국가로 개조하는 일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도중에 조직 이기주의나 국민의 무관심에 좌초될 수도 있다. 그러나 끝까지 선내 질서를 지켰던 어린 학생들로부터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이제부터라도 생명존중 사상을 바탕으로 질서의식과 준법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가정의 가스레인지부터 학교의 안전교육, 건물 비상구, 공장 산업시설에 이르기까지 원점에서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모두 스스로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 지킴이’가 될 때 안전국가를 이룩할 수 있다.

     

    ◊ 이 글은 2014년 5월 26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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