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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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방 폭행과 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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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10대 청소년 5명과 싸우다가 집단폭행을 당한 30대 남성이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쌍방 폭행으로 처벌을 받았고 피해 변상도 받지 못하였다.
    현재 재판 실무상 일단 맞서 싸우면 쌍방 폭행이고, 정당방위의 성립은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여성이 자신을 폭행하는 남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팔을 입으로 물고 손으로 밀친 경우에도 쌍방 폭행으로 인정되었다. 아무 병원에서나 쉽게 발부해 주는 진단서만 제출되면 상해가 되고, 통상 쌍방 상해에 대하여 단지 진단서에 기재된 주수(週數)에 따라 검찰은 기계적으로 벌금을 구형하고 법원은 이를 통과시킨다. 또 부부싸움에서도 서로 진단서를 발부받아 맞고소하면 쉽게 쌍방 폭행으로 처벌되고 있으며, 가정법원이 이혼소송에서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

    현행법상 쌍방 폭행(상해)은 원칙적으로 쌍벌이 되겠지만, 사안의 실질에 맞게 형사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싸움의 동기가 무엇이고 누가 먼저 도발하였는지, 양자 간의 힘의 균형이 있는지(남녀 또는 체격이나 힘의 비교, 가담인원의 숫자 등), 싸움 과정에서 흉기 소지나 과도한 폭행이 있었고, 상대방의 폭행이 이를 피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것인지를 따져서 경우에 따라서 정당방위(혹은 과잉방위)가 인정되어야 하고, 단지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는 형벌의 차등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공익과 무관한 사적인 다툼의 경우 국가가 개입하여 쌍방을 형사처벌로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실제로 쌍방 폭행(상해)의 경우 전 과정을 목격한 중립적인 제3자가 없는 한 그 실상을 밝혀내기도 어렵다. 독일 구 형법 제233조는 쌍방 상해의 경우 서로 대등하게 싸웠다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모욕과 폭행을 함께 상호 주고 받은 경우와 과실치상의 경우도 같다).
    이는 ‘결투’를 합법화하였던 시대의 유산으로서 현재 이 규정은 삭제되었고 단지 양형요소로 참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상호 모욕의 경우에 두 사람 모두 또는 어느 한 쪽의 형을 면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형법 제199조는 존치되고 있다. 사적 영역에서의 다툼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소모적이라고 생각되므로(심지어 독일은 사적 소추 ‘Privatklage’도 허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 형사입법과 실무에 참고가 되어야 한다.
    한편 독일 형법 제60조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가 중하여 형벌의 선고가 명백히 부적절한 경우에 형을 면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1년 이상의 자유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제외).

    예컨대 자신이 저지른 사고로 자신이 심하게 다친 경우에는 이미 천벌(天罰, poena naturalis)을 받았기 때문에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우리 실무에서도 형벌 감경요소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많은 실종자와 함께 침몰한 세월호의 선장 등은 천벌을 스스로 피했으나 그에 준하는 형벌은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명복을 빈다.

     

    ◊ 이 글은 2014년 5월 8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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