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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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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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6일 아침 인천~제주간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중인 상황을 처음 뉴스로 시청할 때만해도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세월호는 국내 최대의 여객선인데다가 사고지점도 육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연안이고, 이른 오전시각이기에 승객 구조에 대한 안전장비는 물론 승객들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의 바다를 지키는 해군과 해경의 헬기들까지 많이 펄럭이고 있었으니..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흘러가면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세계 최첨단 전자시스템을 가진 한국에서 여객선 승선자 명단은커녕 승객숫자조차 병아리 수처럼 오락가락하기를 며칠째 하면서 사고발생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리무중이다. 또, 사고원인을 암초와 충돌했느니, 항해사의 운전미숙 등이니 별별 추정이 난무했지만, 결국 시한폭탄 같은 선박의 불법 개조와 기본자질이 의심되는 선장 등 승무원들의 만행 등 해운회사의 총체적 부실로 야기된 것임이 밝혀질 때까지 며칠이 흘렀다. 여기에 한국의 관료들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의 검은 거래가 만연된 결과임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문제는 평소 그렇게도 법과 안전을 강조하던 정부의 대응조치는 얼마나  허울뿐인지를 잘 알게 했다. 명색이 정부부처인 행정안전부를 안전을 우선한다며 안전행정부라고 개명까지 한 정부였지만, 북한이 연평도 포격이며 천안함 피습사건 때에도 고작 지하벙커에서 민방위복 차림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이던 그들이 이번에도 최고의 정책TF가 보여준 대책본부의 상황은 실망을 넘어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사고당일 긴급 출동한 어선이며 해경선에 의해서 구조된 174명이 전부일 뿐 그 이후에는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출하지 못한 채 세계최대의 선박건조국가답지 않게 침몰된 여객선과 승객들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많은 다른 후진국들이 그러하듯 선진국들이 산업혁명 후 2~300년에 걸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체득하고 보편화된 경험에 의하여 이룩한 결과만을 성급하게 모방하려는 압축혁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 결과 아직까지 어떤 사물의 존재이유와 그 기능을 분별하지 못하거나 그 선후가 뒤바뀌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과도기적 현상이라고도 말하지만 이젠 그런 시행착오에서도 벗어날 때가 지났다.

    우리는 선진국들이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서 체득한 경험을 간과하고, 그 결과만을 추구하는 본말이 전도된 경우도 자주 보게 되는데, 가령 강을 건너는 다리를 놓는 공사를 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강조되어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과 물자가 먼 길을 거치지 않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느냐는 편익성에 있다고 할 것이어서 그 다리가 오래 기능을 발휘하도록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존재이유가 되어야 할 것이지만, 얼마나 빨리 건립되었으며, 아시아에서 몇 번째 혹은 세계에서 몇 번째 긴(큰)다리라는 등의 지엽적인 가치평가를 강조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건너다닐 수 있도록 다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나아가 아름다운 미적 요소까지 갖췄다고 한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겠지만, 이런 본질적 기능이 간과된 가치평가는 매년 젊은 처녀들을 상대로 바스트 얼마, 웨스트 얼마, 히프 얼마라는 규격화된 틀에 맞는 사람을 가장 예쁜 미인으로 뽑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혹시라도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하는 미국이나 영국 혹은 가까운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다리 하나를 건설하고는 세계에서 몇 번째로 긴 다리라거나 착공한지 몇 년 만에 완공한 다리라는 것을 강조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모든 분야에 있어서 어떤 사물의 존재이유와 본질적 기능을 도외시한 채 조급하게 성과를 과시하려는 자세, 그리고 세계에서 혹은 아시아에서 몇 번째를 강조하는 자세는 혹시라도 그만큼 우리가 낙후된 것에 대한 심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잠재적 의식의 소산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와 같이 본질과 본질적인 기능을 도외시한 채 수단을 간과하고 결과만을 추구하려 들거나 세계 첫째만을 선망의 적으로 삼는 가치판단이 만연된 사회에서는 겉만 번지르한 법과 제도보다는 각자 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시민의 의식구조가 요구된다.

    피어보지 못한 어린 영혼들이 불쌍하다. 그리고 무능력한 정부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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