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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호의 앞날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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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승무원 2명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 선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도주선박(무기 또는 5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 선박 사고로 조난된 사람을 즉시 구하지 않은 경우 적용되는 수난구호법 위반(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업무상 과실에 의한 선박매몰(3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및 유기치사(3년 이상 유기징역), 선원법 위반(5년 이하 징역)의 혐의가 적용됐다. 선장의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그는 최대 무기징역 또는 형이 가중되어 50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다.

    선원법에는 ‘좁은 수로를 지나는 경우와 같이 선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에는 선장이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9조)고 되어 있는데도 이 선장은 물살이 세기로 악명 높은 맹골수로를 지나는 동안 초보인 3등 항해사에게 키를 맡긴 채 자리를 비웠고, 선박에 위험이 생긴 때에는 인명을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할 의무(11조)가 있는데도 침몰 초기에 탈출해 버렸다. 이런 선장이 강력한 비난과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저들을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는데도 언론들이 선장 처벌을 필요이상으로 강조하는 양상이다. 혹시 이 사건의 희생양을 내세우고 그 뒤에 숨고 싶은 이들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과연 선장과 승무원들이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이 정의에 부합할까.

    여객선의 선령을 25년 이하로 정하고 있던 해운법을 선령을 연장할 경우 연간 200억원의 기업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해운기업들의 로비를 받고 25년을 초과한 여객선도 30년까지 선령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친기업 정책을 만들어 18년된 고물 여객선을 도입하는 토대를 마련해 준 전 정부의 책임자, 재해방지 업무를 전담시키기 위해 만든 소방방재청의 업무에서 사회적 재난관리업무를 빼내 안전행정부로 옮겨 재난관리기능을 분산시키고 콘트롤타워 없이 혼란만 가중시킨 현 정부의 책임자, 제대로 된 대응은커녕 사고 초기 369명이 구조됐다는 중대한 오보를 해 초기 대응에 막대한 장애를 초래하는 등 실수만 연발하다가 결국 법에도 없는 국무총리의 범정부대책본부에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책임자. 18년된 노후 여객선을 사서 239톤을 증축하여 국내 최대급인 6,825톤, 승선정원 921명의 여객선으로 개조한 것도 모자라 적재중량의 두배가 넘는 화물을 싣고는 이 배를 월급 270만원짜리 계약직 선장에게 맡기고, 접대비는 연간 6,000만원씩 쓰면서도 선원연수비는 달랑 54만원을 쓴 청해진해운의 책임자. 이런 자들의 책임이 이준석 선장보다 가볍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데 그가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탈출할 경우 승객들이 사망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탈출해버린 점을 주목하는 견해이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과 같은 대형 재난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이에 대비한 대책을 튼튼히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들이 대비는커녕 거꾸로 안전을 위한 규제를 허물고 안전담당부서를 와해시키는 등 잘못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다가 수많은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자들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물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공무원들의 사용자인 정부도 국가배상책임을 져야 마땅하지 않은가.

    세월호 사건은 사회의 각 부문에서 책임을 진 자들이 업무를 게을리 하여 기관고장을 일으킨 대한민국호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고일 뿐이다.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처방을 찾지 않으면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는 불행은 또 일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대통령이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공무원들을 꾸짖고 선원들을 엄하게 벌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는 소식만 들린다.

    대한민국호의 앞길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 이 글은 2014년 4월 23일자 한국일보<아침을 열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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