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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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언, 세 가지 이야기(1), 자꾸 바뀌는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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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래 이야기는 실제 사건과는 무관합니다. 본인이 여러 경험을 통하여 착안한 점을 기초로 하되, 법리설명을 위하여 추상화하고 각색한 것입니다.

     

    상속에서 유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한 분이 유언을 여러 차례 하고 그 내용이 계속하여 바뀌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나중에 이루어진 유언이 유효하며, 앞서 이루어진 유언은 나중의 유언이 유효한 범위 내에서는 철회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에 관한 법리는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유언을 하면서 꼭 논리적,법리적으로 잘 생각하고 유언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한 분이 남긴 여러 건의 유언장을 보고 법률가는 여러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가령 앞선 유언에서 A에게 집 두 채를 남긴다고 했다가, 나중 유언에서 그 중 한 채를 B에게 남긴다라고 하는 정도라면,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유언의 틀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유언을 남기면서도 매우 복잡하거나 애매하게 해놓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양쪽이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즉, 나중 유언이 유효한 것이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반드시 앞선 유언이 완전히 또는 일부라도 무효가 된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전문변호사가 고민하는 경우라면 대개는 법원으로서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서, 법원은 중간선에서 합의를 하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본인은 이러한 여러 건의 유언장을 펼쳐놓고, 그 유언들을 남긴 분이 겪었을 엄청난 심적 고통을 읽게 됩니다. 일반 민형사 사건에서 보면, 참고인이 원고(피해자)가 요청하면 그에게 유리한 확인서를 써주고, 피고(가해자)가 요청하면 이번에는 그에게 유리한 확인서를 적어주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됩니다. 情에 못이겨 원하는 대로 써주는 것인데, 유언의 경우는 이런 경우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유언(유증)이란 본인이 사망하고 난 뒤 자신의 뜻에 따라 재산이 처분되게 하고 주로 자식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남기는 것인데, 부모가 자식들 골탕 먹으라고 일부러 이렇게 썼다가 저렇게 썼다가 했을 리가 없습니다. 결국 아들이 와서 조르면 그가 원하는 대로 써주고, 딸이 와서 조르면 이번에도 그에 이기지 못하고 그 딸이 원하는 대로 써준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유언장을 작성하여야 하는 그 부모는, 제3자를 위해서 확인서를 써주는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심적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경위가 행간에서 읽히기 때문에, 사후에 그 유언장을 검토하는 법률가는 책상 위에 여러 건의 유언장을 늘어놓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가 겪었을 당혹감과 고뇌를 이해하게 되고, 늦었지만 마음으로나마 위로하게 됩니다.

    부모가 건강하고 힘이 있을 때는 이러한 일이 있기 어렵습니다. 건강이 나빠져 확고하게 의사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 자식들 중 어느 한 쪽의 보호-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배를 받고 있는 경우에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듯하며, 그래서 당사자의 괴로움은 더욱 더 컸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상속과 관련하여 건강할 때 확실한 방향을 세워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고, 한편으로는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는 자녀들은, 자신의 욕심을 부리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어느 편을 들 수 없어 침묵하시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 돌이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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