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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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과 정치인의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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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쟁점은 정당이나 유력 정치인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여야 거대정당들과 그 후보들은 기초단체 무공천을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미 그러한 약속을 번복하고 일부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의 무공천 약속이행 요구까지 거절하면서 기초단체 정당공천을 강행할 태세다. 민주당은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안철수 신당의 무공천 선언 이후 무공천을 연결고리로 해서 안철수 신당과의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그 준비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공천을 하고 야권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전멸할 것을 우려하며 일각에서 무공천 선언을 번복해야 한다는 실리론을 펼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무공천 선언을 했다가 다시 이를 번복하고 공천을 추진한다면 이보다 더한 코미디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공천을 하겠다고 강력하게 밀고 나간 여당의 일관성에 비추어 본다면 매우 궁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무공천 선언을 했다가 지금에 와서 다시 공천을 하겠다고 번복하는 것은 공당으로서의 정당이 취할 자세가 아님은 물론 그러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쓸모없는 체력소모를 불러오는 것이다.

    ‘무공천’ 선거전략 세우지 않은 게 잘못일 뿐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에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무공천 선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전략을 만들었어야 했다. 또, 무공천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대하여 선거전략을 어떻게 세워나가야 할 것인지를 준비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시간을 허비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선거 프레임의 동력을 상실하는 전략부재가 더 뼈저리다.

    매번 선거에서는 판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이슈의 선점이 필요하고, 상대 당과의 관계에서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대응할 것인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공천 선언을 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슈 선점 프레임의 틀을 훨씬 유리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큰 상황에서도 그 유리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다.

    국민은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더 부강하고 건실한 나라,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일을 맡긴 것이다. 그리고 여러 정파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자신은 어떤 일을 해나감으로써 국가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고, 그러한 약속을 공약이라 한다.

    정당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적단체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公薦), ‘공’약(公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국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사적인 약속의 경우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법적으로 그 이행이 강제되기도 한다. 하물며 공적인 약속이 갖는 의미는 얼마나 중차대한 것인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너무 쉽게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버린다. 최근만 하더라도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공약이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이를 포기하는 예가 발생했다. 정당의 약속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이대며 지키려 하지 않는다. 도대체가 그렇게 신뢰성 없는 공약이 행해지고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질서하게 바뀔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일차적으로 약속을 한 사람들에게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 공약은 그것을 조건으로 표를 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음 선거에서 분명하게 표로써 단죄하면 공약이 그만큼 엄중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공약을 얼마나 충실히 실천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맹목적으로 투표를 한다. 공약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불이익이 없으므로 굳이 이를 지켜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 버리는 정치인이나 정당의 행태는 국민들에게서 비롯되는 셈이다.

    “대통령은 써주는 대로 읽었을 뿐”? 공약은 꼭 지켜야

    최근 어느 유력 정치인이 “대통령 후보는 공약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밑에서 참모들이 써주는 대로 읽었을 뿐이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부터 공약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그러한 약속을 쉽게 믿는 국민들은 무엇이며, 그렇게 내용도 모르고 공약을 해대는 후보자의 자질은 또한 어떠한가? 도무지 양심있는 유력 정치인의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황당함이다.

    흔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로 “예산이 없다”거나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든다.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러한 변명은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는 것임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약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공약을 하기 전에 그 실천가능성을 따져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법률적으로 어떠한 장애가 없는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의 이행방안을 따져보지도 않다가 갑자기 선거가 끝난 다음에 생각해 보니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더라고 말하는 것은 처음부터 이행할 의사도 없이 공약을 했다는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공약을 가볍게 생각하고 국민을 조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것은 정당의 비민주적 운영과 정치인의 약속불이행에서 비롯된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공약이 갖는 엄중함을 생각해서 지금이라도 기초단체 무공천을 실천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초단체 무공천이 가져올 여러가지 폐단이 있음은 예견되지만 철저한 검토를 하지 않고 섣불리 공약을 한 잘못이 있더라도 그러한 약속은 우선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문제점이 있다면 다시 개선해 나가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기초단체 무공천을 선언한 마당에 새누리당만 공천을 해서 잇속을 챙기겠다는 것은 비열하고 무책임한 발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포기하겠다는 야만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지방선거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함부로 약속을 해서는 안되며, 한번 약속이 이루어지면 철저하게 지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미 있었던 공약도 지키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또다른 어떤 공약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공약이 지켜지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공약이 제시되고 국민들이 그대로 투표를 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임을 국민들이 자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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