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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으로 장사하는 악습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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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바로 죽음이다. 누구나 죽으니 죽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지만, 죽음의 의식인 장례에 대해선 아는 사람도 없고 알고 싶어하는 이도 별로 없는 것 같다. 평균적인 사람이 일생 치르는 의식 중 가장 큰 것이 결혼식과 장례식일 것이다. 결혼식에도 바가지 상술의 문제가 크지만, 결혼식은 정해진 날짜에 치르기 때문에 미리 이것저것 따져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소요비용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은 언제 닥칠지 모르고 또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리는 습성 때문에 장례식은 대부분 준비 없이 맞는다는 점에서 결혼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사망자 1인당 평균 장례비용으로 1,208만원을 지출했고, 14% 이상이 2,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한 경우에는 평균의 2배가 넘는 2,5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부가 양가부모 4명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평균 5,000만원, 대형병원을 이용할 경우는 1억원 내외를 지출해야 한다는 셈이 나온다. ‘돈이 없어 죽지도 못 한다’는 탄식이 나올법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장례비용은 미국의 744만원보다는 2배 가까이 비싸고,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높은 영국의 1,332만원과 비슷하다. 우리보다 곱절이나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만 죽을 수 있는 이유는 장례비에 끼어있는 지독한 거품 때문이다.

    어떤 지방대학병원 장례식장의 계산서를 보자. 삼일장을 치르는데 문상객을 모두 350명 정도로 예상해 식사를 준비했다. 쌀밥, 배춧국, 삼겹 수육, 모듬전 등으로 차려내는 식사비로 모두 619만원이 나왔다. 배춧국 백반으로 단출한 식사가 1인당 1만7,000원꼴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비싼 식대를 주고도 문상객들이 식사장소로 이용하는 공간인 접견실 임대료를 별도로 낸다는 점이다. 분향실과 접견실을 합해서 하루 90만원, 3일에 270만원인데, 이 정도면 특급호텔의 호화객실 하루 이용료와 맞먹는다. 우리나라 어느 식당에서 식삿값 따로 자릿값 따로 매긴다는 이야기 들어 보았는가. 그것도 1인당 1만7,000원짜리 초고가 식사를 팔면서 말이다.

    아마도 고인들은 생전에는 특급호텔의 호화객실 근처도 못 가보고, 3일 입는데 만 40만~50만원을 넘는 초고가 옷은 걸쳐보지도 못한 채 숨졌을 가능성이 큰데 생전에도 못해본 호사를 죽어서 억지춘향식으로 하는 것이다. 고인을 잃은 슬픔에 경황이 없는 유족들은 자식 된 도리로 남들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파고드는 장례업자들의 상술에 뻔히 알고도 넘어가는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장례비용은 날이 갈수록 오르고만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 지난해 27만명이었던 사망자가 2015년 30만명, 2035년 50만명으로 늘 것이라는데, 향후 20년간 사망할 710만명이 평균 장례비인 1,208만원만 지출한다고 해도 85조7,0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장례문화를 개선하는 운동을 하는 임준확씨와 같은 이들은 자녀들이 장례식에서 남의 눈을 의식해 허례허식을 하지 않도록 부모가 생전에 원하는 장례방식은 화장, 매장, 수목장 중 어느 것으로 할지, 수의나 납골함 등 장례용품은 어느 정도로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적은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해 두라고 조언한다. 경청할만한 제안이다.

    최근 몇 년 새 상조회사 가입자들이 크게 늘었는데, 상조상품에 가입하면 장례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해줄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조회사가 해주는 일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상조회사들의 화장장 사재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화장장예약이 힘들어진 것이 상조회사에 가입하는 동기가 되었는데 최근 화장장예약자격을 유족으로 제한하는 방법으로 사재기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상조 가입도 신중할 일이다. 사람의 죽음으로 장삿속을 채우는 못된 악습과 전쟁이라도 벌일만한 상황이다.

     

    ◊ 이 글은 2014년 3월 11일자 한국일보<아침을 열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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