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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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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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가 가장 비싸다고 한다. 공것 바라다 이마 벗어진다고 놀리기도 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은 공짜를 좋아하는 행태를 비꼰 말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대가로 치러야 할 만큼 비싼 것이라는 경고로 들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거저 주는 것 같아도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 인지상정을 노린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당장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은 없어도 공짜 뒤에는 반대급부에 대한 기대가 숨어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쌀 한 톨이라도 받으면 되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갚아야지 하는 부채의식을 갖게 된다. 갚아야 할 의무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의무감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되갚지 않는 동안은 늘 부담으로 남아있게 된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남이 건네는 호의나 선물에 감사함을 표시하면서 마음속에는 어떻게 갚아야 하나 걱정거리가 생긴다. 새로 이사 온 집에서 돌린 떡 접시를 빈 그릇 채 돌려보내지 않았던 것이 우리의 문화다. 다른 사람의 선물이나 호의를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으면 왕따를 당할 수 있으므로 어떤 형태로든 갚으려 한다.

    문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을 받았거나 되갚는 방식이 불법 부당한 경우다. 뇌물이 바로 그것이다. 받을 때는 선물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뇌물로 드러난다. 주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기대하고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부탁할 일이 터졌을 때를 대비한 보험성 뇌물은 순수한 호의로 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채의식을 노리고 교묘하게 선물로 포장된 뇌물공여다. 그래서 호의나 순수한 선물까지 의심해서는 안 되지만 지나치면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면 공짜 같이 보이는 선물이나 호의를 거절해야 한다. 부채의식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아예 안 받는 것이 최선이다. 뇌물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공짜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 때문이요, 부정하더라도 돌려줘야 한다는 받은 사람의 부채의식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음의 긍정적 측면을 기대하면서 남북관계와 통일준비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 북한이 부채의식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접근하는 것이다. 우리가 베푼 구호의 손길이 닿아야 할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채의식을 갖게 한다면 그것으로 목적은 달성되는 것 아닐까. 언젠가는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우리 민족에게 조건 없는 지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사람이고 우리 민족이니 부채의식을 느낄 것이다. 당장 물질적으로 되돌려 받지 못하더라도 그로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유지된다면 공짜지원은 아닌 것이다. 그저 퍼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언제까지나 이러 저러한 조건을 내세우며 대북지원의 빗장을 걸어 잠가 둔다면 같은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강 건너 불 보듯 했다는 비난을 듣게 될 것이다. 퍼주기라는 인식을 버리고 민간 차원이든 정부 차원이든 대북지원과 교류는 재개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 이 글은 2014년 3월 10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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