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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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실상부한 정책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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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모양이 그럴듯해야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사람을 만나도 외모가 좋아야 일단 끌린다. 그 사람의 성격이나 내면이 어떻든 외양이 사람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 중에서도 단연 얼굴이 결정적이다. 성형 열풍도 그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커리큘럼은 그대로 둔 채 학과의 이름만 바꿔도 지원자가 몰린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출간시기(time)와 구매대상(target)만큼 중요한 요소가 제목(title)을 어떻게 다느냐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창조경제’, ‘맞춤형 복지’, ‘통일은 대박’ 등등 용어 선택이 참 탁월하다. 일단 겉모양과 외모가 그럴듯해 보인다. 입에 착 달라붙고 와 닿는 어휘여서 뭔가 대단한 내용이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대단할 것 같은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창조경제를 전파하고 있지만 그 개념과 실체가 논쟁 중에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성장엔진이 되는 경제라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의 ‘보편적 복지’에 대응해 내놓은 ‘맞춤형 복지’도 그렇다. 말은 그럴듯하다. 각자에게 맞는 복지라니 기대할만하다. 하지만 내용은 용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초생활보장 급여의 수급권자로 인정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7가지 급여가 통합적으로 제공되던 것을 급여마다 선정기준을 달리하여 따로 따로 급여 대상자를 정해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맞춤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맞춤형이라는 단어에는, 풍기는 긍정적인 인상과는 달리, 수급권자는 늘어날지 몰라도 복지급여 수준은 대폭 낮아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인정된 생존권적 기본권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던진 화두 ‘통일은 대박’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에게 터지길 기대하는 ‘대박’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통일은 우리 모두의 염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니 매우 긍정적이다. ‘대박’이라는 용어를 흥행에 성공해 단박에 커다란 경제적인 부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희망을 가져다주는 단어 선택이다. 통일이 가져다줄 경제적 효과가 대단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어록인 것이다. 그러나 단어가 주는 인상과는 달리 통일이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보물 가득한 박이 아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수한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들어야 한다. 베를린장벽이 어느 날 느닷없이 무너져 자고 일어나니 통일이 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독일 통일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 노력이 들어간 기나긴 프로세스였다. 독일 통일의 예에서 보듯, 통일까지의 과정과 통일 이후 진정한 하나 됨을 위해 들인 어마어마한 노력과 비용은 통일이 어느 날 단박에 다가오는 것이 아님을 잘 알려준다. ‘통일은 대박’이 단순히 대박 터진 어록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대통령은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고 또한 포스트 통일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그 내용과 실체를 보여줘야 한다.

     

    ◊ 이 글은 2014년 2월 10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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