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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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트 스피치 규제를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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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의 극우파에 의한 혐한발언의 수위가 도를 넘은지 오래 됐다. 나아가 최근 아베정권의 우경화정책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러한 혐한발언은 더욱 살기를 띄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란 국적, 인종, 성, 외모, 종교, 정치적 견해, 사회적 위치 등에 대해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발언을 말하며, 증오의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증오발언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성향이 폭력, 테러 등 범죄행위로 드러나게 되면 이를 헤이트 크라임, 즉 증오범죄라고 하여 미국, 독일, 영국 등 각국은 이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Japan Hate Speech

    지난해 말 일본 교토지방법원은 학교 주변에서 헤이트 스피치와 가두시위를 일삼아 온 이른바 ‘재특회’에 대하여 상당액의 손해배상과 학교주변 가두활동 금지를 명령한 바 있다. 이는 재특회의 헤이트 스피치가 정치적 표현이 아닌 ‘인종차별’로서 위법함을 인정한 판결이다. 차제에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의 금지입법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는 업무방해죄나 명예훼손죄 또는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그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직접 법률로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연합이 헤이트 스피치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제재하기 위하여 1965년 채택한 인종차별철폐조약 제4조는 “인종적 우월 또는 증오에 의한 사상의 유포 및 인종차별적 선동에 대하여 이를 법률상 처벌받아야 할 범죄로 선언할 것”과 “인종차별을 조장하거나 선동하는 단체 및 조직적 선전활동 등에 대해 이를 위법으로 금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1995년 이 조약에 가입하였지만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헤이트 스피치의 법적 금지를 유보한 바 있다. 반대로 독일의 경우는 민족집단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행위를 형법상 민중선동죄로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의 법적 규제는 자칫 표현의 자유 침해로 연결될 염려가 있으므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실효성이 적다고 해서 이를 규제하지 않는 것 또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공격적인 사상을 갖는 것까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일단 그것이 외부에 표현되는 경우에는 타인의 정상적 법감정이나 사회질서유지적 관점에서 적절한 제한이 가해져야 마땅하다.

    지난 해 일어난 최악의 제노사이드인 르완다사태에서 이 사건을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제노사이드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헤이트 스피치를 꼽았다. 헤이트 스피치는 증오발언이 아니라 ‘증오선동’이며, 이는 특정한 범주의 사람들에 대해 편견이나 폭력을 부추기려는 목적성을 갖기 때문이다. 헤이트 스피치의 대상은 인종, 성별, 연령, 민족, 국적, 종교, 성 정체성, 장애, 정치적 견해, 사회적 계급, 직업, 외모, 지적 능력 등 인류 보편의 가치 규범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최근 국내에서도 특히 정치적 사안을 둘러싸고 험한 말들이 오가고 있어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특정 정당의 지지세력이 양분되어 지역적, 정치적 차별발언이 국가적으로 노골화되고 있다. 이러한 증오발언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의 정치적 및 지역적 반목은 영원히 개선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호남지역의 지역적 갈등은 해결하기 힘든 심리적 정신적 갈등요인으로 고착된지 오래되었지만, 작금의 정치상황은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둘러싼 증오발언,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둘러싼 험한 발언들이 그러하고, 특히, ‘종북좌파’라는 노골적인 헤이트 스피치의 등장은 이러한 상황을 절정으로 이끌고 있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반목상황을 헤이트 스피치 금지로 해결하려는 것은 자칫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므로 매우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증오의 힘은 맹목적이고 강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헤이트 스피치로 인한 비극이 반드시 딴 나라만의 일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있을 예정이라 우리의 사이버공간에서는 반대지역, 반대정당 등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엄청난 증오발언이 넘쳐날 것으로 예견되고 사회는 더욱 분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민족만큼 진정한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도 드물다는 자부심을 갖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자율규제이든 캠페인이든 아니면 법적 규제를 검토하든 이 시점에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검토함으로써 보다 완벽한 평화국가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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