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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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 민주화 운동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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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재개발 재건축은 비리의 온상이었다. 요즘은 많이 깨끗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조합에서는 조합의 임원들이 시공사나 협력업체와 짜고 조합업무를 멋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강북지역 재개발조합이거나 조합원 수가 800여명 이상 되는 곳에 많다.

    (조합 집행부와 그쪽에서 일하는 업체의 입장에서는 조합원 소수의 목소리가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부질없는 소란행위로 여겨질테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잘 들여다 보면 정당한 목소리도 많다. 모든 것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아파트인 경우에는 생활수준이 비슷하고 잘 조직화되어 있어서 집행부의 전횡에 대하여 견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독주택이 즐비하고 조합원의 수가 많은 재개발의 경우에는 민도가 낮고, 지역이나 업종별로 이해관계도 다를뿐더러 사람이 많은 탓에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알아서 견제하겠지.’하는 생각에 잘 결집되지 않는다.

    그러나 참다 참다 못 참으면 누군가 나서서 총대를 메고 입주와 청산 즈음에 조합장과 임원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된다. 이 때에도 일부의 사람들은 ‘더럽고 치사하니 좀만 참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자 보자 하니 정말 끝이 없다’는 생각에 들고 일어난다.

    민중봉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반란의 적법성은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에 규정되어 있다.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이 발의하면 독자적으로 총회를 개최하여 임원 전부를 해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임원을 해임하면 그 해임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그 누구도 주도권을 잡지 못한 혼란상태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까지 지속된다. 또 새로운 임원의 선임은 해임총회 이후에 별도로 해야만 한다.

    법원에서 직무정지가처분과 해임총회결의 효력정지가처분이 나올 때까지 4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사이에는 어느 쪽도 정당한 조합의 집행부로 인정받지 못한 혼란상태이다. 그 사이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통용되는 격언이 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법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는 사이에는 현실적인 실력자가 그 상황을 지배하고 그 다음 상황에 대한 기득권을 쌓아가게 된다. 1980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이후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이 무력으로 장악한뒤 그 후 상황을 지배한 것처럼…

     

    조합원 : 변호사님 저 악랄한 조합장과 임원들을 집단으로 해임시키고 나면 바로 직무정지가 되나요?

    김 변 : 논리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해임의결이 되어도 종전 집행부가 순순히 직위를 내려놓고 조합사무실에서 퇴거하지 않지요.

    조합원 : 그건 위법이잖아요.

    김 변 : 위법인지 아닌지는 결국 법원에서 사후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논리적으로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은 나가지 않습니다. 조합원님이 임원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순순히 나가겠습니까?

    조합원 : 그러면 그들을 몰아내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김 변 : 종전 집행부도 ‘해임청회는 무효다’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우리쪽도 ‘종전 집행부는 해임되었으면 당장 조합사무실에서 퇴거하라’라고 소송을 제기하는데 이 소송이 일단락되려면 4개월 정도 걸립니다.

    조합원 : 그러면 우리가 해임총회를 해도, 종전 집행부는 자신들의 부정 부패가 담겨있는 조합의 서류들을 은폐하거나 파기하는 행위를 하고, 조합통장과 도장으로 일단 돈을 인출해 놓을 것이며, 법인인감도 숨겨놓을 텐데 어떻게 하지요?

    김 변 : 해임총회 직전부터 조합사무실 주변을 감시하고 서류를 파기하거나 반출하는지 카메라로 찍어두어야 합니다. 또한 해임총회 직후에 무력으로 조합사무실을 점거해야 합니다.

    조합원 : 무력으로 점거하면 주거침입죄나 업무방해죄 또는 폭행죄가 되지 않나요?

    김 변 :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시는 게 좋습니다. 법이 작동하지 않는 순간의 틈에 각종 서류와 통장도장, 법인인감을 확보하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습니다. 용감한 조합원 몇 명이 벌금 받을 것을 각오하고 그렇게 하시는게 좋을 걸요.

    조합원 : 법을 하시는 변호사님이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김 변 : 이 이야기는 제가 한 인간으로서 그동안의 경험상 말씀드리는 거고, 법률가로서 충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가서 제가 그랬다고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주거침입이나 업무방해로 실형을 살더라도 저는 책임 못집니다. 그냥 이런게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니 알아서 하십시오.

    (* 위와 같은 상황이다. 위와 같은 혼란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에 단서를 신설하여 “해임총회로 인하여 조합임원 전원이 해임의결된 경우 법원에서는 즉시 임시조합장을 파견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조합원 : 해임총회도 쉬운 게 아니군요.

    김 변 : 네 쉽지 않습니다. 해임총회 이후에 길거리를 다니면 조합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해임총회를 주도한 분들에게 “왜 여태 법원의 결정이 안나는거야? 우리쪽 변호사는 도대체 뭐한대? 뭔가 총회가 잘못된거 아냐? 종전집행부가 이번 소송 넣은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청구한다는 말을 떠벌이고 다닌다던데..”라는 질문을 무수히 할 것입니다. 마치 모든 책임을 이번 해임총회 주도자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듯한 발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조합원 :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일(관리처분계획 변경총회에서 추가부담금을 인상한 일)만 넘어가면 별 일이 없을 거라는데.. 그냥 참고 넘어가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 변 : 네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보류지분 임의처분 시공자와 정산금 문제 등 앞으로도 뭐가 많을 거고, 복장 터지는 일이 더 있을 텐데요.

    조합원 : 네 그럴 것 같아요. 바로 그것 때문에 저희들이 이번 해임총회를 하려고 합니다.

    김 변 : 해임총회를 하자니 만만치 않고, 그냥 참자니 도저히 배알이 꼴려서 못있겠고. 그렇지요?

    조합원 : 네.

    김 변 : 예전에 민주화운동한 사람들이 다 그런 심정으로 한 겁니다. 그리고 해임총회를 하려면 금전적으로도 준비를 많이 해두셔야 해요. 모든게 돈이거든요. 그리고 해임총회 진행과정에서 우리측에서 내부분열이 일어나고 종전 집행부에 회유당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별일 다 생깁니다. 정치판과 똑 같아요.

    조합원 : 분명히 재개발 재건축은 주민의 재산을 가지고 그것을 증식하거나 개발하려는 사업인데 그래서 우리가 그들을 임원으로 뽑았는데 왜 그놈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좌지우지 하고 우리돈을 맘대로 빼쓰죠?

    김 변 : 그게 바로 본말전도 현상입니다. 일시키려고 뽑아놨더니 일꾼이 오히려 주인더러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죠. 정치인들 보세요. 뽑아놨더니 그들이 주인행세하잖아요. 그건 다 정치와 행정을 하는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쥐고 있고, 정작 주인들은 정보에서 소외되고 너무 다수라서 누군가 나서겠지 라는 생각 때문에 방심하고 있는 탓입니다.

    조합원 : 그러면 해임총회 하지 말까요?

    김 변 : 복장 터져서 못견디실걸요. 하세요. 다만 뚝심있게 밀어부쳐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모든 재개발 재건축 조합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조합은 있다. 8~9년전에 설립되어 이제야 사업을 마무리하는 조합에서는 위와 같은 현상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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