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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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치국가에서의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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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종북몰이’가 입법영역까지 번졌다.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형법 상 내란죄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때에는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 의원 권한 행사를 정지하여 수당 지급과 자료제출 요구 권한을 제한하는 이른바 ‘이석기 법안’이 그것이다. 새누리당 소속의원 155명 전원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과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의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헌법을 부정한 국회의원 및 그 보좌직원에 대하여 수당 등을 지급하는 데 대한 비판과 정부에서 받은 국가자료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개정 발의 이유라고 한다. 개념도 실체도 불명확한 ‘종북’이란 이름으로 ‘종북척결’의 기치를 내건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이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형법의 내란죄·외환죄, 군 형법의 반란죄·이적죄로 처벌받은 경우 사면 복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이른바 ‘제2의 이석기 방지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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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공소 제기된 피고인이 비록 1심이나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해야 함은 물론, 유죄임을 전제로 하여 유ㆍ무형의 일체의 불이익을 가해서는 안 된다. 불이익을 주더라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도록 비례성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형이 확정될 때까지 불확정한 기간에 자치단체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불이익을 가하는 지방자치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고, 법무부장관의 일방적 명령에 의하여 형사소추를 받은 변호사의 업무를 정지시키는 변호사법도 위헌결정을 받은 바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개정안이나 법률안이 헌법적 가치에 반해서는 안 된다. 헌법수호를 위해 개정 발의했다는 소위 ‘이석기 법안’은 단언컨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사망선고를 받게 된다면 입법부로서는 치명적인 불명예가 될 것이다.

    법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끊임없이 제정되고 또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익집단이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률이 만들어지고 바뀐다면 법적 안정성은 유지될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 법률은 국민의 의사이므로 국민의 최대한 합의에 기초해야 한다. 숫자적 다수결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입법적 다수를 점하고 있다고 해서 과잉입법으로 입법의 홍수를 만들면 안 된다. 법은 내용적으로도 그렇지만 절차적으로도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서로 대립하는 이익을 비교 형량하여 양자의 이익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담아야 한다. 법 제·개정 과정에 논쟁과 비판이 열려 있어야 입법 제안자가 고려하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이나 논거를 찾아 수정 ·보완할 수 있다. 입법부에 여당과 야당이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논거와 관점을 교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법이 내용적 및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이 글은 2013년 12월 9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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